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구축한 인간 질병 연구와 치료제 개발의 초석이 되는 형질전환 초파리 라이브러리가 행정기관과의 폐기물 처리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3명이 설립한 벤처기업 (주)제넥셀은 3년간 6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지난해 여름 10만여종의 형질전환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완성했다. 초파리는 인간의 유전자구조와 70% 이상 같아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경우 암과 치매, 에이즈 등 인간의 질병 유전자를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이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활발하지만 미국도 우리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수천만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초파리 라이브러리가 연구에 쓰고 배출되는 한달 평균 2톤에 달하는 초파리 사체와 배양용기 처리문제로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제넥셀은 그동안 이를 산업폐기물업체를 통해 일반폐기물로 소각처리해 왔으나 지난 3월 관할 대전 유성구청에 의해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에 대해 제넥셀은 "초파리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며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연간 1억5,000만원의 비용이 추가 소요돼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국이 감염성 폐기물 처리를 고집할 경우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미국의 버클리대, 스탠퍼드대 등이 구성한 '초파리 게놈프로젝트 컨소시엄'에 넘겨주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환경부는 "의약 관련 시험연구기관은 감염성 폐기물 발생기관으로 분류되며, 초파리 폐기물의 인체 유해성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감염성 폐기물 처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넥셀 대표인 김재섭 KAIST 교수는 "초파리 연구를 하는 세계 2,000여곳의 대학과 연구실 가운데 초파리 폐기물을 일반폐기물이 아닌 감염성 폐기물로 처리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초파리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연구는 암 등 질병을 지니도록 유전자 조작된 질병모델 초파리(암컷)를 10만여종의 유전자 변형 초파리(수컷)들과 하나 하나 교배시킴으로써 질병을 억제하거나 촉진시키는 유전자를 찾아낸 뒤 이를 인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응용하는 방법이다. 초파리는 생쥐에 비해서는 인간의 유전자와 덜 유사하지만 생산 및 연구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1,000분의 1에 불과하고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전=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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