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내 대표적인 개혁적 행동파인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 25일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됨에 따라 노동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수준의 선명한 투쟁노선으로 조직을 '좌선회'시키고 나아가 민주노총과의 통합, 민주노동당에 대한 공식 지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금융노련 위원장 시절인 2000년 금융산업 구조조정 때 총파업을 주도하다 두 차례나 구속된 전력이 있다. 1996년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 당시에는 한국노총 투쟁상황실장을 맡아 전국집회를 조직했으며, 이듬해 1월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연대 총파업을 성사시키는 등 강경투쟁을 잘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선 '실천은 없는 말뿐인 조직'이라는 노동계 내부의 비판을 받아 온 한국노총을 자기 색깔로 뜯어 고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4·15총선에서 직접 내세운 녹색사민당이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노당에 완패하면서 "이제 선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이 위원장의 개혁은 한층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사관계 로드맵, 공무원노조법 제정, 퇴직연금제 도입 등 노동개혁 입법과정에서 민주노총과의 선명성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정부와 재계는 강경노선의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온건한 한국노총을 파트너로 제반 문제를 봉합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런 전술이 불가능하게 됐다.
한국노총의 노선변화는 민주노총과의 투쟁경쟁을 촉발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코드가 가까워진 민주노총과의 공동투쟁 가능성도 높이게 된다. 당장 비정규직, 주 5일제 등 '빅 이슈'가 걸린 올 하투부터 강경 공동투쟁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집회 뿐만 아니라 총파업까지 민주노총과 함께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6월16일을 임단협 집중시기로 잡고 산하조직의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 위원장이 주도하는 한국노총이 여기에 가세할 경우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양 노총의 통합도 머지 않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으로 민주노총과의 통합과 민노당 지지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내년 2월 위원장 선거 때부터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는 등 한국노총 내부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견제도 강해 무리하게 자신의 노선을 추구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분석도 노동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