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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사퇴'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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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사퇴' 엇갈린 시각

입력
200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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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총리가 사표를 제출한 배경을 놓고 25일 열린우리당에선 해석이 분분했다. 여당은 겉으로는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내심 "납득하기 어렵다. 의도가 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선 "고 총리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속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고, 다른 한편에선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쌓인 게 아니냐"며 청와대측을 탓하는 의원들도 있었다.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고 총리가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대통령과 대립한 것은 결국 이미지 제고를 꾀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한 고위당직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던 식으로 고 총리도 정치적 야심을 갖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찬 의원은 "대통령이 새롭게 국정에 임하는 시기에 고 총리가 (제청권 행사를) 해주는 것이 좋지 않았겠는가"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태랑 전 의원도 "국정공백 대책을 마련해 놓고 물러나야 하는데 무책임함마저 느껴진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고 총리의 행동을 두둔하고 이해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최근 고 총리를 만난 한 재선의원은 "권한대행 시절 김혁규 총리 얘기가 오르내리고, 막판에 제청권 행사를 일방적으로 요청한 것에 대해 서운해 하는 느낌이었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이런 사태를 자초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5일 물러난 고건 국무총리를 '고난 대행'이라고 칭했다. "책임총리라는 허울 아래 온갖 궂은 일만 맡기다가 물러나는 순간까지 허수아비 노릇을 해달라고 요청한" 노무현 대통령과 대비시켜 고 총리를 희생양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직무정지에서 돌아온 노 대통령이 여전히 원칙보다는 정치적 술수만을 앞세워 국정을 이끌려다 벌어진 일"로 규정하고 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이 탈법개각 시도로 고 총리를 내몬 것"이라며 "'김혁규' 총리를 고집하기 위해선지, 여당 대권 주자들의 경력관리를 위한 것인지, 의도가 무엇이든 정략적 발상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고 총리의 행보에 대해 "뭔가 다른 속셈이 있다"는 여권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며 차단막을 쳤다. 홍준표 의원은 "노 대통령의 헌법 무시적인 발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중진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해 무리하게 개각을 하려고 한데 대한 고 총리의 당연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단 대표는 "노 대통령이 탄핵 이후 국정운영을 왜 이렇게 조급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우리당 내에서 갈등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이 파행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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