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신랄히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미국 언론의 반응이 뜨겁다.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신문들은 이 영화의 수상이 백악관을 겨냥한 "정치적 수류탄과 다름없다"며 부시 정부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영화의 국내 상영관 배급협상을 정치적 이유로 중단한 디즈니사가 일급 선동가이자 자기선전가인 무어 감독의 역량을 억누르는 데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수상은 무어 감독에게 예술적 승리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도 "9·11을 전후한 부시 정부와 그 정책에 대해 거침없이 비난한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며 이 영화가 미칠 정치적 파문에 주목했다.
디즈니사가 배급협상을 중단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화씨 9/11'은 2000년 대선 승리부터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까지의 부시 대통령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9·11의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낳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재벌 빈 라덴 일가와 부시 일가와의 관계를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다큐멘터리는 외국 기자들과 방송사, 프리랜스 기자, 미국 TV 종사자 등 다양한 취재원들로부터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충격적인 영상을 대거 입수해 전쟁의 참상은 물론, 부시 대통령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칸 영화제측은 이런 점을 들어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의 정치적 입김이 들어간 것"이라는 백악관의 반응을 일축하고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실력으로 온전히 수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백악관은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말투성이 영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부 보수파 관리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다가오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영화상영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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