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속고 있는 것 아닌가요."23일 새벽 열린 제57회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선정된 야기라 유야(柳樂優弛·14·사진)가 도쿄(東京)의 집으로 몰려온 기자들에게 내놓은 첫 소감이다.
평범한 중학교 3년생에서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세계적 스타가 된 그를 일본 언론들은 "신데렐라 보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가 주연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홀어머니가 실종된 뒤 남겨진 4남매 가운데 장남이 어린 동생들을 홀로 돌보는 줄거리다.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도쿄에서 부모와 호적이 없고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 4남매가 발견됐던 실화에 살을 붙인 영화로 야기라가 장남역이다.
지금은 TV드라마와 CF에 나오고 있지만 2년 전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연기경험이 전혀 없었다.
"TV에 나오면 근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연예프로덕션을 찾아갔다가 오디션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눈에 들었다.
배우 같지 않고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런 배역과 연기를 고집하는 고레에다 감독은 야기라의 날카로운 눈매를 보고 주연으로 뽑았다고 한다.
"연기해본 적도 없어 (수상은) 무리라고 생각했었다"는 야기라는 칸 영화제에 참석해 있는 동안 톰 행크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알고 "머리 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교 중간고사를 보기 위해 먼저 귀국한 그는 집에서 잠을 자다가 고레에다 감독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화로 전해 들었다. 중간고사는 "영화제에 신경이 쓰여 완전히 망쳤다"고 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4일 칸 영화제 관련 사설에서 한국 박찬욱 감독 '올드 보이'의 심사위원대상, 야기라의 남우주연상, 홍콩 장만위(張曼玉)의 여우주연상을 들어 "이제 배워야 할 것은 아시아에 있다"면서 "상호 교류를 넓혀 아시아 영화의 시대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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