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홈피와 리플과 메신저가 생활의 보편적 요소가 된 요즘, 상큼한 혹은 기발한 패러디 제목은 권태로운 일상에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최근 인터넷에서 발견한 기가 막힌 패러디 아이디는 '생갈치 1호의 행방불명'.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의 음성적 유사성을 토대로 생갈치라는 비릿한 이미지를 겹쳐놓은 솜씨가 가히 수준급이다. 또한 로그인과 함께 툭 튀어나오는 메신저 아이디는 기습적인 기쁨을 주기도 한다(반면 필자는 '고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아이디로 빈축을 산 적이 있다).
익히 아는 것처럼, 한국 사회 패러디의 본격적인 시작은 에로 비디오 제목이었다. 한국 비디오용 에로영화 1호로 기록되고 있는 1988년 작품 '산머루'는 안소영 주연의 '산딸기'를 비튼 제목. 같은 해 나온 '나녀목' 또한 원미경 주연의 '자녀목'에서 온 제목이었다.
이후 '젖소부인' 시리즈가 나오자 에로비디오는 자기증식적으로 '자라부인' '만두부인' '연필부인' 등 수많은 부인들을 양산했고, '용의 국물' 같은 고전적 제목부터 '박하사랑'이나 '여간첩 리철순' 같은 심플한 이름, 혹은 '주재소 습격사건'이나 '털 밑 낫씽' 같은 좀더 엽기적인 작명의 시대로 접어들기도 했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미국의 포르노 영화들도 제목 패러디를 할까? 대답은 예스! 가만히 보면 걔들이 더 심한 것 같다. 그럼 몇 가지 소개해볼까?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했던 점잖은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크레이지(Driving Miss Daisy Crazy)'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아마 데이지라는 여자를 미치도록 어떻게 해주나 보다. '항문 분석(Anal Analysis)'은 '최종분석(Final Analysis)'의 'Final'을 'Anal'로 바꾼 제목. 아마도 애널 섹스에 대한 완전 분석을 시도한 교과서적 영화인 것 같다.
좀더 은근한 제목도 있다. '여인의 향기'의 'Scent'(향기)를 'Assent'(동의)로 바꾼 '여인의 동의(Assent of a Woman)'. 막무가내로 덮치는 영화가 아니라, 한 번의 섹스를 위해 꾸준히 동의를 구하는 남자의 인내심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어떤 제목은 단순미를 통해 강한 임팩트를 준다. '말콤 XXX'가 대표적. X의 수를 하나에서 세 개로 늘린 것뿐인데, 스파이크 리의 정치영화적 냄새는 휘발되고 에로틱 이미지만 남았다. '섹스칼리버(Sexcalibur·사진)'는 '엑스칼리버(Excalibur)'에 S자 하나 넣음으로써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이름. 반면 '터처블(The Touchables)'은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에서 부정 접두어 'Un'을 제거함으로써 무한한 상상력의 여지를 제공한다. '아담스 패밀리'를 살짝 바꾼 '마담스 패밀리'도 마찬가지.
이외에도 '뱀파이어와의 성교(Intercourse with the Vampire)' '풀 메탈 비키니(Full Metal Bikini)' '그들의 신음 소리의 리그(A League of Their Moan)' '엉덩이의 침묵(Silence of the Buns) 같은 걸작들이 있지만 필자가 찾아낸 최고의 제목은 '에드워드 성기손(Edward Penishands)'이다.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정말 우리의 성적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한다.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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