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특별경찰기구' 형식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공비처)를 두기로 결정한 것은 검찰 기소독점주의를 규정한 현 사법체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특별경찰기구는 일일이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일반 경찰과 달리 수사의 방향에 대해서는 '조언' 수준의 검찰 지휘를 받지만 구속·불구속 여부 등 구체적인 사건 처리 등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이는 공비처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고 수사의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기소, 공소유지 기능 등 기소독점주의는 그대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상당 부분 검찰 반발을 의식했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소나 공소유지 등 핵심 권한은 검찰 몫으로 남게 되는 만큼 특별히 반발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립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이지만 6월 중순까지는 구체적인 논의의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비처의 수사대상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2002년 발의한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 신설 법안이 주요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이 법안에는 공비처의 수사대상으로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국무총리, 장·차관, 국가정보원장, 감사원장, 판·검사 등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공비처의 등장이 위상 추락 내지는 검찰권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비처와 검찰의 업무영역 조정이 남았지만 고위공직자 1차 조사권이 공비처에 넘어간다면 '검찰의 꽃'이랄 수 있는 특수부 기능은 줄어들게 된다. 기소권이 검찰에 남는다 해도 대검 중수부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의 역할은 지금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더 나아가 공비처 신설을 사실상 권력의 검찰에 대한 '제도적 통제'로 보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 수사결과 발표 사흘만에 공비처가 공식화한 점에 무척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날 '양자론'을 펴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식이 잘못한다고 양자를 들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검찰에 긴장감을 주는 것은 좋으나 제대로 해보려는 검찰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부방위에 대해 "한마디로 옥상옥"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 등으로 검찰 위상이 높아지자 정치권이 통제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 같다"며 "현 정부가 부여한 수사권 독립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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