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실시되는 지방 재·보선이 중앙당 대리전 양상을 띠는 등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장과 경남·전남·제주지사 등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및 지방의원 등 115명을 뽑는 재·보선은 본래 취지대로 지방 일꾼을 선출하는 행사이다. 4·15총선에서 여야가 죽기 살기로 '올인'한 것이 엊그제 인데, 산적한 국정현안을 앞에 놓고 또 다시 선거열풍에 휩싸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재·보선 지역의 대부분은 단체장 자살이나, 총선 차출 및 재·보선 출마를 위한 사퇴 등 정치적 사유 때문에 선거요인이 발생했다. 조용히 치르는 게 그나마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정치권은 4·15총선이 끝난 뒤 민생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상생의 정치를 다짐했다. 갈수록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경제상황과 민생,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결정 등 안보 여건의 변화와 즐비한 개혁현안의 우선순위 설정 등 시급한 현안이 널려있는데도 정당지도부는 선거현장을 누비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 등 지도부가 대거 출동해 제주에 이어 광주를 찾았고, 한나라당도 뒤질새라 박근혜 대표 등 지도부가 부산과 제주에 이어 경기 평택과 부천에서 지원활동을 폈다. 민주노동당은 경남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당력을 기울이고 있고, 민주당은 전남지사 선거에 당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취약지역인 부산과 경남에서 세(勢)를 굳히려는 우리당과 텃밭을 빼앗길 수 없다며 거여 견제론을 들이미는 한나라당이 충돌하는 한 재·보선은 조용할 수 없다. 중앙당은 지방선거인 재·보선을 후보진영과 지방에 맡기고, 시간을 다투고 있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 정력을 쏟아야 한다. 국민은 크고 작은 선거가 정치권의 '올인'으로 치닫는 데 대해 식상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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