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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누구의 기억 속에나 병아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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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누구의 기억 속에나 병아리가 있다

입력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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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초등학교 교문에 병아리 장수가 나타났다. 아이들은 1,000원에 병아리 두 마리를 산다. 우리집 아이들도 봄마다 병아리를 사왔다. 제대로 길렀던 적은 한번도 없다. 더러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길에서 사온 병아리들은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것도 밤새 소리없이 죽어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예전엔 씨암탉이 알을 품어 부화시켰다. 스무 개쯤의 알을 넣어주고 3주일이 지나면 서너 개 정도는 곯아버리고, 하루나 이틀 늦게 껍질을 깨고 나오는 한두 마리를 제외한 열 네댓 마리의 병아리가 어미 닭과 함께 우르르 둥지에서 나온다.

이때 늦게 나오는 것들은 사람 손을 탄다. 부뚜막 따뜻한 자리에 수건으로 곱게 싸두면 다음 날 병아리가 나온다. 그러나 먼저 나온 병아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어미 닭도 자기 새끼가 아니라고 쪼아버린다. 병아리도 알을 깨고 나올 때 본 사람이 어미인 줄 알고 사람만 따른다. 그런데 이 병아리도 오래 살지 못했다. 사람 발만 졸졸 따라 다니다 어느 결에 발 밑에 눌려버린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그랬다. 어릴 땐 봄마다 그게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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