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무용 특별교사로 일해온 한진원(31·여)씨는 3월 서울 신대방동에서 혼수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과감히 투자, 피부관리숍을 오픈했다. 부모는 시집부터 가라고 성화였지만 한씨는 떠 밀려서 하는 결혼은 싫었다. 혼수 자금으로 모아왔던 5,000만원에 은행 대출금 4,000만원과 양친이 도와준 3,000만원을 보태 총 1억2,000만원을 투자했다. 한씨는 현재 월 매출액 1,500만원에서 재료비와 월세, 인건비, 공과금 등을 뺀 60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혼보다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혼수자금으로 창업에 나서는 '위풍당당 여성'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도전 의식이 강하고, 독립적인데다 같은 또래에 비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혼수 창업'이란 신조어까지 낳은 이들 가운데는 결혼은 최소 비용으로 치르고 나머지 돈으로 창업을 하는 슈퍼우먼들도 적지 않다. 특히 불경기와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며 결혼을 조금 미루고 혼수자금으로 창업하는 20∼30대 젊은 여성 창업자도 늘고 있다.
강원 강촌에서 핫도그전문점을 운영하는 백지인(33·여)씨는 남자친구와 협의, 서로의 혼수 자금을 모아 창업한 경우다. 사업은 춘천에 사는 남자친구가 먼저 제의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백씨도 결혼 후 춘천으로 내려가면 새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에 동의했다.
백씨는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가 생긴 뒤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서 일단 창업해서 자리를 잡은 뒤 나중에 결혼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창업 비용은 백씨와 남자 친구가 각각 2,500만원씩 부담했다. 지난해 12월 강촌유원지의 강원랜드 안에 8평 규모로 오픈한 뒤 현재 월 평균 900만원의 매출에 450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1월 전주에서 수공예 액세서리점을 연 엄선희(27·여)씨는 혼수 비용을 아껴 창업한 경우다. 3년 반 동안 서울에서 유명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엄씨는 결혼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쉬워 고민 끝에 결국 평소 관심이 많았던 액세서리점을 열게 됐다. 창업 자금은 남편과 협의해 결혼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마련했다. 6평 매장을 여는 데 든 창업비용은 총 6,000만원. 엄씨가 혼수자금에서 아낀 4,000만원에 나머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처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엄씨는 특유의 꼼꼼함과 분석력으로 본사 선정부터, 입지, 타가맹점 성공전략 파악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같은 노력에 지방 소도시에서도 월평균 1,500만원이라는 높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월세와 인건비, 홍보비, 관리비 등을 제한 순수익은 600만원 정도이다.
창업시장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인구는 약 956만명으로 이 가운데 취업자 925만명을 제외한 31만명이 여성창업 인구로 추산된다"며 "특히 최근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택하거나, 결혼을 조금 미루고 혼수자금으로 창업하는 등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창업이 늘고 있어 창업 시장의 '젊은피'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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