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방송계는 방송규제기관(SARFT)이 내린 '3대 금지령'으로 시끌시끌하다.첫번째 금지령은 공산당 혁명 드라마에 관한 것. 혁명 드라마는 계몽적인 내용으로 과거에는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점차 혁명영웅들의 '야사'에 초점을 맞추고 급기야 혁명을 상업화해 그 신성한 의미를 희석시킨다는 평가가 나오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 수립된 것이다.
두번째는 황금시간대에 잔인한 폭력이 포함된 드라마를 방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수사를 소재로 한 폭력 드라마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무협 드라마도 대상이다. 정의구현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잔인한 장면이 늘어나자 나온 조치다. 문화를 정치적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이 두 가지 금지령에 대해서는 크게 반감이 없는 듯하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컴퓨터 네트워크 게임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없다는 마지막 금지령이다. 중국에서도 컴퓨터 네트워크 게임이 유행하면서, 관련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처음에는 흥행여부를 반신반의하던 방송국들이 레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여행채널의 폭발적인 광고수주 효과를 보고서 서둘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금지령이 나오기 전까지 중앙방송인 CCTV는 비롯해 베이징TV, 안휘TV 등이 시청률 높은 주말 낮 시간에 방송을 편성했다. 새로운 게임이나 '고수'의 게임장면 소개는 물론, 상금을 걸고 게임을 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한국과 중국의 게이머들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한중 대격돌'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방송사들은 짭짤한 광고수입에 만족스러운 표정들이었고, 다른 방송사들도 뒤 따르기에 바빴다.
이처럼 인기만점의 프로그램을 하루아침에 방송 금지하자 방송계는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은 게임마니아들의 항의 폭주로 잠시 운영을 중단해야 했고, '21세기 경제보도' 등 유력 시사주간지도 이번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문제삼았을 정도다. 중국 정부는 왜 이런 강한 억제책을 들고 나왔을까.
우선은 '게임 중독'에 걸려 청소년들의 정신문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더 나가서 중국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복잡한 심리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이제 인터넷이 제4매체로서 자리를 잡았고, 게임도 중요한 문화의 일부분임을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과학기술 건설계획인 '863 계획'에 네트워크 게임을 포함시켰을 정도다.
하지만 그 자체로 여론조성능력을 지닌 인터넷은 어쩐지 껄끄러운 면이 있다. 반정부 세력이 인터넷을 통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PC방을 개업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PC방 주인은 이용자의 인터넷 서핑 내용 중 불순한 내용이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기업이 제작한 게임을 포함한 외국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개입한 것이라고 보는 눈도 있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니아들의 걱정은 다음 조치로 네트워크 게임 자체에 대한 제재 방침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 문화 및 매체 연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