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를 낳은 직장인 A씨가 경험한 일이다. 신생아가 태어나면 수일 내에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라는 것을 한다. 대사이상이란 대사효소의 문제로 특정 영양소가 소화되지 못한 채 축적돼 정신지체나 성장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병들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흔한 대사이상은 페닐케톤뇨증과 갑상샘기능저하증인데 이 두 가지에 대해 올해부터 국가가 모든 신생아에게 무료로 검사를 해주고 있다.그런데 병원에서 아무런 안내도 없이 검사비를 청구했다. A씨가 "이 검사는 무료 아니냐"고 묻자 병원측은 "공짜로 검사 받으려면 보건소로 가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신생아의 피를 뽑아 전국 60여개 검사기관에 보내면 검사기관은 2종의 대사이상에 대한 검사비를 청구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도 검사비를 받을 필요가 없다. 좋은 제도가 있는데도 국민은 물론, 의료기관들조차 제대로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의 2가지 대사이상 질환 외에 발병 가능성이 낮은 수십가지의 다른 대사이상 질환까지 일괄 검사하는 의료기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반드시 2가지 질환의 검사는 반드시 무료임을 알고 주장해야 한다.
선천성 대사이상은 모르고 지나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지만 생후 초기부터 특수분유를 먹여 키우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다. 또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대해선 대사이상으로 밝혀지면 분유값도 지원해 준다.
지난 5년간 470명의 아기환자가 대사이상 질환으로 진단됐다. 조기 진단과 치료는 이들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크게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생후 4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는 생후 48시간에서 1주일 사이 젖을 잘 먹고 있을 때 피를 뽑아 검사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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