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0자 춘추]그 미소에 어찌 값을 매길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0자 춘추]그 미소에 어찌 값을 매길까

입력
2004.05.22 00:00
0 0

몇 달 전 외국의 한 잡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 10인을 선정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모차르트 등 예술가들이 많은 수를 차지했었다.만약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술작품을 뽑는다면? 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이 아닐까. 또 모나리자의 작품 가격을 정한다면? 갑자기 발동한 호기심에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역시 대부분은 "그걸 어떻게 가격을 매기냐"고 했다. 그래도 정해보라는 강압에 적게는 500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각양각색이다. 과연 '모나리자'의 가격은 얼마쯤 될까.

지난 5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 '파이프를 든 소년'이 1,2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됐다. 99.7X81.3㎝의 자그마한 작품, 그것도 피카소가 24세인 1905년에 그린 유화 1점이 경매사상 최고 금액에 팔린 것이다.

그렇다면 피카소의 대표적 작품 '게르니카'나 '아비뇽의 처녀들'의 가격은? '게르니카'는 단순 비교로 면적 크기가 30배 이상이다. 1,200억의 30배면 3조6,00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온다.

'게르니카'가 '파이프를 든 소년'보다는 더 잘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작품이므로 최소한 4조는 넘지 않을까?

그럼 다시 질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이며, 전 세계 모든 미술 교과서에 실렸을 것이 분명한 '모나리자'의 가격은 얼마쯤 될까. '모나리자'의 미소를 보기 위한 단순 입장료 수익부터 여기서 파생되는 프랑스의 관광수익, 문화적 인지도 제고효과 등등을 고려한다면 최소 10조원은 넘지 않을까. 어쩌면 전 세계 인류가 소장하는 공동의 문화유산임을 감안해서 100조원이 넘는 가격을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가격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우문이다. 예술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몰지각한 시도라고 지탄을 받겠지만, 그럼에도 '모나리자'를 사례로 금전적 가치 운운한 것은 그리도 작은 물건이 줄 수 있는 최상의 가치는 아마 예술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윤태건 카이스갤러리 디렉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