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하나의 '링의 전설'이 사라진다.전적 105승 2무 5패 85KO승에 90경기 무패 행진. 그리고 WBC 세 체급 타이틀 석권. '신이 빚은 복서'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41·사진)가 23일(한국시각) 멕시코시티의 플라자멕시코에서 은퇴 경기를 갖는다.
20일 기자회견장의 차베스는 세상을 뒤흔들던 왕년의 주먹이 아니었다. 차가운 날씨에 불만을 토로하고 18세 아들의 권투시합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그러나 단호함도 있었다. 2000년 이후 수차에 걸친 은퇴 번복으로 이번에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팬들이 히스패닉(북미지역 스페인계 주민)을 위해 미국에서 한 번 더 경기 해주기를 원하지만 내 대답은 분명히 노(No)"라고 덧붙였다.
깊게 패인 주름과 수십 년 링에서 싸우며 생긴 이마 위의 상처들, 팽팽함을 잃은 근육으로 나이를 숨길 수 없게 됐지만 차베스는 113번째 경기를 철저히 준비중이다. 그의 마지막 상대는 1994년 1월 2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을 처음으로 무릎 꿇린 프랭키 랜달(42). 같은 해 4개월 뒤, 곧바로 설욕을 했지만 이번 대결은 '최후의 복수'로 일컬어진다. 차베스는 "내 인생의 시합이다. 그래서 랜달과의 싸움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고 랜달도 차베스를 눕힌 경기가 "생애에서 최고의 경기였다"며 대결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제 그의 신화는 전설로 잊혀져 가지만 그래도 멕시코에선 여전히 영웅이다. 차베스는 1993년 2월 20일 멕시코시티의 아즈테카스타디움에 13만명의 팬을 모아 권투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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