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1일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사진)씨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공소사실 가운데 증여자를 피고인의 외조부인 이규동씨에서 부친인 전두환씨로 바꾸고 증여세 포탈 액수도 변경해 제출해 달라"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현행 형사소송법 298조 2항은 '심리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법원은 검찰에 공소사실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공소사실이 잘못된 경우 변경 없이 무죄를 선고해 온 법원의 관행상 이 같은 요구는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재용씨가 그동안 재판에서 증여세 포탈 혐의를 인정해 온 만큼 공소사실 변경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 점, 증여자가 누구인지는 이번 재판의 본류가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요구는 사실상 재용씨의 돈을 전씨의 은닉 비자금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돼 공소장 변경 후 판결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재용씨가 증여받은 돈 가운데 전씨의 돈이 포함됐다는 단서가 있는 만큼 전씨의 돈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전씨에게서 받았다면 공소사실과 달라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에게 소명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재판부가 전씨의 돈으로 결론내린 것은 아니다"며 "이를 규명하는 것은 검찰의 몫"이라고 언급하는 등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용씨는 2000년 12월 외조부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1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 74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그동안 "167억원은 결혼축의금으로 받은 18억여원을 외조부가 증식해 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할 경우 재용씨측의 변론 수정도 불가피해 재판부의 사건 심리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판부는 "전씨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에 참고인 진술만 인용돼 있고 관련 진술조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검찰에 자료 추가제출도 요구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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