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이 주목적인 22일 북일 정상회담은 2002년 9월 첫 회담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실무회담 형식으로 진행된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아침 일찍 정부전용기로 하네다(羽田) 공항을 출발해 평양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오전, 오후 두 차례 만나고 오후 늦게 돌아오는 당일치기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회담에 의연한 태도로 임한다"는 입장인 일본 정부는 사전에 북한측에 정상 간 인사는 포옹을 생략한 한 손 악수로 하고, 공항 환영행사, 고 김일성(金日成) 주석 동상 헌화, 김정일 위원장과의 차량 동승이나 오찬은 모두 거절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일본측은 고이즈미 총리와 야마사키 마사아키(山崎正昭) 관방부장관,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외무심의관,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수행원들이 따로 먹을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물을 가져간다. 도청을 피하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와 수행원들이 자체 회의 때 쓸 필담기구도 준비했고, 피랍자 관련 정보 분석을 위해 법의학자인 하시모토 마사츠구(橋本正次) 도쿄(東京) 치과대 조교수를 수행단에 포함했다.
회담장은 김 위원장이 외국 국가원수들과의 회담에서 줄곧 사용해온 백화원 영빈관이 아닌 대동강 영빈관에 마련됐다. 1970∼80년대 김일성 주석이 즐겨 사용했던 대동강 영빈관은 최근 거의 쓰이지 않다가 지난해 시작된 보수공사가 올해 3월에 끝나 고이즈미 총리를 처음으로 맞게 된다.
일본 정부대변인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21일 "최선의 해결책은 가족 전원을 데리고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혀 고이즈미 총리와 피랍자 북한 잔류 가족 8명의 동행 귀국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소다 장관은 또 "핵 등 여러 문제도 논의된다"며 "현안을 일각이라도 빨리 해결해 북일 평양선언에 입각해 국교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8명의 귀국과 북한이 사망 또는 입국 미확인으로 밝혀온 피랍자 10명의 추가 정보제공·진상규명을 김 위원장이 확약할 경우 식량지원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 방침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와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의 복귀, IAEA 사찰관 재입국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평양선언에서 약속했던 "미사일 발사실험 동결의 2003년 이후 연장"의 재확인도 요구할 계획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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