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온 나라를 뒤흔든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일단락됐다. 정경유착과 부패정치 청산을 표방한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의 폭발적 호응을 바탕으로 혁명적 정치개혁의 디딤돌이 됐다. 이 과정에서 파생한 탄핵정국의 격동 등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가 정치발전에 기여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그러나 검찰 수사가 순수한 정치개혁 차원을 벗어나 정치세력 재편에 이바지한 사실은 전폭적 지지를 망설이게 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이런 점에서 저마다 검찰의 공적 치하에 앞장서기보다, 검찰 수사로 이끌어낸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과 합의를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수사가 남긴 진정한 교훈이고, 정치개혁 완성을 지향하는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칭찬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무릅쓰는 이유는 검찰이 정치권 부패에 과감하게 칼을 댔지만, 성역을 모두 허무는 데는 이르지 못한 때문이다. 검찰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가 상징한 부패정치 실상을 속속들이 밝혀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면서 정치개혁을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노무현 후보진영의 불법자금도 수사, 대통령 측근과 여당 핵심을 줄줄이 잡아넣어 형평성 시비를 물리치는 듯 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노 캠프 불법지원은 모두 밝혀내지 못했고, 재벌 총수들을 경제 영향을 이유로 끝내 관대하게 처리했다.
결국 검찰은 우리 정치와 사회가 돈 선거와 결별하는 듯한 큰 변화를 일궈내면서도, 권력과 재계의 벽 앞에 주저앉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정경유착 청산과 깨끗한 정치 구현을 낙관할 수 없게 한다. 뒷날 대선자금 수사도 정치판 재편에 기여했을 뿐이란 평가를 허용하지 않으려면, 사회 전체가 깨끗한 정치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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