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순원(47)과 하성란(37), 시인 공광규(44)씨가 자신들의 작품을 무대로 옮긴 연극 '이 가족의 근황'(연출 권태현)에 배우로 출연한다.한국현대문학관(관장 김원일)과 계간 '동서문학'이 주최하는 이 연극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시와 소설을 모아 희곡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순원씨의 소설 '수색, 그 물빛 무늬', 하성란씨의 소설 '별 모양의 얼룩', 공광규씨의 시 '겨울 산수유 열매' 세 편을 극작가 손정희씨가 하나의 작품으로 각색했다.
'수색, 그 물빛 무늬'는 두 어머니 아래서 자란 주인공의 유년기 상처를 다뤘고, '별 모양의 얼룩'은 99년 6월 발생했던 씨랜드 수련원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 '겨울 산수유 열매'는 콩새 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가족애를 노래했다. 연극은 공씨의 시를 각색한 '1층, 주인집', 하씨의 소설을 각색한 '2층,민서집', 이씨의 소설을 각색한 '3층, 소설가네' 3막으로 구성됐으며, 연극배우 오윤홍씨가 해설자로 출연한다.
처음으로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중인 소설가 이순원씨는 "소설에 감정을 불어넣긴 했지만 막상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는 감정을 되살리는 게 어렵다"면서도 "유년기의 상처를 다룬 내 작품을 직접 연기하면서 심리치료 효과를 느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이씨는 "가장으로서 아버지가 품고 있는 고민을 대사로 표현하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고 덧붙였다. "인물에 빠져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허설을 지켜본 이들이 '전문 배우의 연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또 다른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격려해 주더군요."
서울예대 재학 중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하성란씨의 역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 실제로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하씨는"소설을 쓸 때는 작품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 만큼 슬픔에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무대에 서니 눈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감정이입이 잘된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연극이지만 문학을 무대로 옮겨 폭 넓게 대중과 만나기 위한 공연"이라며 "문학이 더 많은 독자와 만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문학가가 꾸민 연극식 작품 발표회'라는 이름으로 공연되는, 한동안 맥이 끊어졌던 문인극(文人劇)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인극은 1956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김동리 손소희 천상병 한말숙 이호철 등의 작가들이 출연한 연극 '살구꽃 필 때'를 시작으로, 1970년대 '현대문학'이 창설한 문인극회의 활동 등으로 이어졌다가 1999년 황금찬 문정희 양귀자 등이 출연한 '양반전'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다.
'이 가족의 근황'은 문인극의 부활을 알리는 한편, 문인들이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으로 직접 출연함으로써 관객들과 거리를 좁힌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 공연일시는 28일 오후5시 서울 장충동 한국현대문학관, 입장료는 무료. (02)2267―4857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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