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전체 60개 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노사관계 부문에서 작년에 이어 연속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렇게 노사관계의 경쟁력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이유를 '강성 노조'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노사관계의 일방 당사자로서 경영계 또한 이 같은 현실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 복권 이후 처음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도 '올 최대 과제는 노사 대타협'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내수 침체에다 유가 상승, 중국의 긴축 조치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 시즌을 맞이하여 노사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국면에서 노사단체가 리더십을 갖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올해에도 일부 업종에서 산별교섭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지만 먼저 교섭의 방식이나 절차와 관련된 핵심 규칙들에 대한 기본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노사 모두에게 요구된다. 즉 기업별 교섭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과 산별 교섭이 가질 수 있는 '형평성'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된 교섭구조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간에 교섭의 방식이나 절차를 놓고 소모적인 갈등이 빚어지지 않게끔 상급 노사단체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조율된 교섭구조 정착을 위한 게임의 규칙을 하루 빨리 정비해 나가야 할 때다.
다음은 최근 완성차 노조들이 내놓은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 기금' 조성 제안으로 불거진 노조의 경영 참여에 관한 문제다. 이 기금 조성 제안에 대해 최근 경영계는 경제5단체 명의로 순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노조 권한 밖의 문제로 노조가 이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완성차 노조들의 제안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제조업 공동화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실현되어야만 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완성차 노조는 단순히 비용 절감 위주의 가격경쟁력 추구가 아니라 노동의 질 제고, 즉 인적자원의 개발과 축적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조가 제안한 기금이 활용된다면 실로 그 의미가 크다 해야 할 것이며 경영계의 좀더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어제 정부에서 일부 대책을 발표한 것처럼 올해 노사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한 노사 대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이유로 비정규직의 상시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경영계의 입장, 그리고 정부안이 비정규 노동을 제도화하고 비정규직 보호에 역행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입장이 서로 엇갈려 법제도적인 정비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용 방지'와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원칙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고용 형태를 좀더 양호한 고용 기회로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성장과 분배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선순환을 이루어 우리 노사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게끔 노사단체의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되며, 참여정부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실현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에게 부여된 중차대한 사명이라 할 것이다.
김원배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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