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바나(36)는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러셀 크로우에 이어 호주가 선물한 대형배우다. 그러나 선물은 너무 늦게 도착했다. 할리우드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은 ‘블랙 호크 다운’(2001)에서 주트 중사 역이었다. “식당에선 조종간을 안전으로 하라”는 장교의 명령에 검지 손가락을 까딱이며 “내 검지 손가락이 안전 스위치”라고 대꾸하는 그의 모습은 신선했다.거칠고 반항적이면서도 가슴에 진한 전우애를 품고 있는 주트 중사 역으로 그는 할리우드에 선명한 인상을 남겼고, 리안 감독은 그를 ‘헐크’ 주연으로 낙점했다.
189㎝의 헌칠한 키에 깊고 따뜻한 눈매, 지적인 얼굴, 믿음을 주는 목소리로 그는 대작의 주연급을 연달아 꿰차며 마침내 할리우드 대작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트의 맞수 헥토르로 등장했다.
호텔 바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코미디 무대에 서던 20대에 그는 이런 성공을 예감했을까?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트(아킬레스)가 거칠 것 없는 오만함으로 상대의 기를 제압한다면, 에릭 바나는 부드러우면서도 진중한 매력으로 상대방을 감화시킨다. 아킬레스와 헥토르가 각기 조국의 안위를 걸고 벌이는 1대 1 맞대결이야말로 영화 ‘트로이’의 정수라 부를만하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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