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칸영화제 메인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3층 기자회견장. 16일 경쟁부문 진출작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은 앉자마자 여유 있는 미소와 함께 담배를 피웠다. "내 작품을 리메이크할 미국 감독이 나보다 영화를 잘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너스레를 떨어 300여명의 기자들을 한바탕 웃겼다. 녹녹해진 분위기 덕에 주연배우 최민식도 "촬영하다 숨진 낙지 4마리의 명복을 빈다"며 '오버'했다.그러나 아직 멀었다. 한 배우는 '한국영화가 폭발적인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우왕좌왕하다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18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기자회견에서도 일부 배우들은 "감독님 생각이 매일 바뀌셔서…" "자연스러움이 연기의 기본이라는 걸…" 등 핵심을 벗어난 맥없는 대답만 했다. 한국 최고 배우로서 자신감, 세계관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비해 '킬빌 2'의 여주인공 우마 서먼은 좌중을 압도했다. "내 인생의 성공이란 30년 후에도 열정을 갖고 연기하는 것"이라는 준비된 수사 덕분이 아니다. '기자가 아무리 많아도, 칸이 아무리 유명해도, 나는 이만큼 자신 있다'는 듯 제스처는 컸고, 목소리는 당당했으며, 논리는 정연했다.
이제 한국영화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두 편이 함께 칸 본선에 올랐고,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국 전역에 개봉된다. 칸에서 버라이어티, 스크린, 필름 프랑세 등 영화전문지들은 한국기자들보다 더 수다스럽게 한국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얘기 중심에는 늘 당신들이 있다. 그러니 한국배우들이여. 외국에서 더욱 당당해져라. 제발 영화와 연기관에 대해 생각 좀 해라. 국내 인기에만 자만하지 말고.
/칸에서
김관명 문화부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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