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주의 영화 감독 기타노 타케시(56)는 코미디언에서 영화배우로 변신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스탠드업 개그의 1인자였으나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83년)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코미디언이라는 전력에 어울리지 않게 피도, 눈물도 없는 야쿠자 역을 주로 맡았던 그는 ‘이 남자 흉폭하다’(89년)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원래 유명 감독인 후쿠사쿠 긴지가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바쁜 일정 때문에 기타노 타케시에게 넘어갔다. 그는 형사와 야쿠자의 대결을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묘사한 이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후속작 ‘소나티네’(93년), ‘하나비’(97년ㆍEBS 22일 밤 11시10분), ‘기쿠지로의 여름’(99년) 등도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일약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감독이 됐다. 특히 ‘하나비’는 9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의 작품 세계의 특징은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솔직하게 묘사하는 것. 따라서 대부분의 작품이 사색적이고 비장하다.
지난해에는 기존 작품과 형식면에서 확연히 다른 흥겨운 오락 영화 ‘자토이치’를 감독하고 주연으로 출연해 다시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참고로 할아버지는 조총련계 재일동포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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