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나보다 더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영광을 안게 되다니…."남편을 암으로 여의고 두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달팽이가족'으로 우수상을 받은 박정미(朴貞美·45)씨는 인터뷰사진이 살쪄보이지 않게 찍어달라고 주문하며 활짝 웃었다. 힘들게 살아온 인생역정을 써 내려간 수기의 내용과는 달리 너무나도 밝은 얼굴에서 어려운 현실에 맞서는 여장부로서의 당찬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나 자신이 모진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는 박씨는 "남편을 잃은 후 예식장 식당 등에서 일하던 중 알게된 아주머니 몇몇의 삶이 나보다 훨씬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6년전 남편과 사별후 남편이 물려준 빚 5,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낮에는 건설회사 경리로, 밤에는 독서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두 딸을 키워냈고, 2년전에는 12평짜리지만 영구임대주택에 입주까지 하는 등 억척스런 삶을 살아왔다. 여장부 같은 어머니의 삶을 닮지않으려고 무던히 애썼건만 너무도 어머니를 닮아있는 자신을 깨닫고 이따금 놀란다고 한다.
달팽이가족이라는 제목은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3가족이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자신의 몸 만큼밖에 되지 않는 지붕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달팽이와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 붙인 거라고 한다.
박씨는 "대학교 1학년인 큰 딸과 중3인 둘째 딸 모두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어긋나지 않고 곧게 자라줘 지금의 우리 가족이 있을 수 있었다"며 "당선전화를 받고 나서야 큰 딸에게 응모사실을 전했는데 '인터뷰때 화사한 옷을 입고 가라'는 충고를 받았다"고 딸 자랑을 잊지않았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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