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시각장애인으로선 헌정 사상 최초로 금배지를 단 한나라당 정화원 당선자는 요즘 어딜 가나 이 말로 자기 소개를 시작한다.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선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당선자 연찬회 때는 "대표나 사무총장도 시각 장애인인 나한테 무조건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는 게 예의"라고 당당히 요구하기도 했다.
정 당선자는 한국전쟁 때 눈에 포탄 파편을 맞은 뒤 시력이 점차 나빠져 19살 때 완전히 빛을 잃었다. 이후 장애인 권익 향상 운동에 투신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부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수석부회장 등을 지냈고, 1998년엔 부산시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앞이 안 보이는 것 보다 시각장애인하면 심 봉사부터 떠올리는 우리 사회의 저급한 인식이 훨씬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그 비근한 예 중 하나가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되기까지의 곡절이다. 정 당선자는 "올 초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냈을 때는 거들떠도 안 보더니 우리당 장향숙 카드가 나오니까 부랴부랴 나를 찾더라"고 씁쓸해 했다.
또 "영국은 본회의장에 맹도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개 대신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한다"고 혀를 찼다.
정 당선자는 "장애인 문제에는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야 장애인 의원들과 소모임을 구성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는 등 450만 장애인의 대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장애인 차별 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게 첫번째 목표다. 그는 20여년 전 침술을 펼 때 환자로 만난 이희숙(53)씨와 1남 2녀를 두고 있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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