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봄 밤 숲을 헤집는 바람과 함께 비디오 작품을 찾아나서면 어떨까. 때론 소곤대는 사람들의 음성에, 때론 주변을 지나는 자동차 불빛에 불편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작품 감상에 얽매이지 말고, 그 봄 밤의 분위기를 즐겨보겠다고 작정하면 웬만한 전시회장을 찾는 것보다 즐거운 시간이 될 듯하다.올해로 4회를 맞는 이화여대의 'E―미디어 아트 페스티벌(EMAF)'이 21, 22일 밤 이화여대 본관과 중강당 주변의 교정 숲을 물들인다. 교정의 나무 사이사이로 가로 세로 4m갽3m의 대형 스크린 10개를 설치하고 어둠을 배경으로(오후 7시30분∼10시30분) 비디오 작품을 상영하는 이벤트다.
예년과 달리 국제적 행사로 변화를 시도한 올해 EMAF는 '얼터너티브 리얼리티'를 주제로 안나 카트리나 돌벤(노르웨이) 나탈리에 드베르그(스웨덴) 에네리이즈 셈퍼(에스토니아) 등 북유럽의 신진 여성작가 15명의 싱글 비디오채널 작품을 소개한다. 각각 '평행적 정체성' '평행적 공간' '모호한 현실'의 주제로 소개되는 이들의 첨단 비디오는 북유럽의 특수한 감성에다, 유럽 내의 타자로서 그리고 여성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이 결합돼있다. 싱글섹션에 초대된 안나 카트리나 돌벤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노르웨이 대표로 참가했으며, 뭉크의 회화 '키스'를 인용한 비디오 작품 등으로 유럽 미술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작가.
이와 함께 특별전으로 '아시아 비디오아트 컨퍼런스 추천 작가전'과 구자영 박지훈 전지윤 최민수 한계륜 등 30대 초중반의 국내 '신예작가 초대전'도 열린다. 한국의 대표적 비디오 아티스트였던 박현기(1942∼2000)를 회고하는 특별전도 중강당 실내에 마련되며, 신인 미디어아티스트 발굴의 장이 되고 있는 창작 공모전 수상작도 열린다.
올 EMAF를 기획한 조덕현 교수는 "스쳐가듯 보다가도 관심이 가는 작품은 멈춰서 감상할 수 있는 '유동성'이 EMAF의 차별성"이라며 "일반적인 미술 전시라기보다는 페스티벌로 즐겨볼 것"을 권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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