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지만 북한 국적이셨고 어머니는 한반도 최북단 신의주 출신임에도 남한 국적이시다. 나는 1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북한 국적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이후로는 일본계 학교에 다녔다. '조센징'이라고 욕하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원망하고 집착하면 내가 나아갈 길이 점점 좁아지고 만다. 교포 1세들에게는 당시의 고통이 '한'이라는 형태로 뼛속 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2세인 우리 세대나 이후 세대는 그래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양방언'이라는, 부모가 주신 이름을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양방언 5집 '에코우즈' 속지에 적은 글 중)양방언(梁邦彦·44). 재일동포 피아니스트인 그가 3년 만에 새 음반 '에코우즈'(Echoes)를 발표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 음악인 'Frontier'와 MBC 드라마 '상도' 주제곡 등으로 국내에 알려졌지만 그의 이름 석자는 여전히 낯설다. 그래서 그는 새 음반의 두툼한 속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일기처럼 담았다.
그는 홍콩 록밴드 '비욘드'의 프로듀서를 맡고, 재키 찬이 주연한 영화 '썬더볼트'와 홍콩 TV 드라마 '정무문'의 사운드 트랙을 담당하는 등 아시아를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 동양의 야니로 불리기도 했다. "에코우즈, 내 안의 메아리를 담아낸다는 의미 입니다."
새 음반에는 국악, 몽골 음악, 아일랜드 음악 등이 화려하게 크로스 오버 돼 있지만 그가 특히 한국 팬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은 'Flowers of Korea'이다. "한국의 여성들에 대한 곡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 무얼까 생각하다 보니 한국 여인들이 생각났어요." 60인조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원일의 태평소 소리가 어우러진다. 새 음반에는 이렇게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그는 오랫동안 북한 국적자로 대외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10년 전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으며 99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해 왔다.
9월22일 예술의 전당에서 정기공연을 열고 KBS 특별기획 '도자기의 길' 음악도 맡는 등 국내 활동을 넓힐 계획. "5년 전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작년 제주도에서 공연했을 때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제 음악에는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지향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