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천년의 색―Forever RED'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천년의 색―Forever RED'展

입력
2004.05.20 00:00
0 0

희귀한 진사(辰砂) 백자부터 월드컵의 붉은악마 그림까지, 우리 고미술과 현대미술에서 빨강색을 소재와 주제로 한 작품들만을 모은 전시가 열린다.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21일부터 6월20일까지 여는 '천년의 색― Forever RED' 전은 도자기와 고생활집기, 현대 회화와 조각 등 50여 점을 통해 빨강색 자체의 아름다움과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그 색의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다.

색은 그냥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한시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코드이기도 하다. 인류가 이름 붙인 첫번째 색이라는 빨강색은 피와 생명, 불과 절대권력의 상징이자 환희와 사랑의 표출이면서 근대 이후에는 자유와 이데올로기, 모든 권위에 대한 저항의 색이기도 했다.

현대 회화에서 빨강색은 무엇보다 예술가의 열정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이중섭 김흥수 장욱진 유영국 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이 그렇다.

이중섭의 1950년대 작 '싸우는 소'에서 거친 선으로 표현된 두 마리의 소가 대결하고 있는 배경에 흐르는 빨강색은 작가 자신의 내적 갈등의 표현이다. 일제시대와 전쟁으로 이어진 암울한 상황, 그 현실은 물론 스스로의 신산한 삶과도 맞서야 했던 이중섭의 심리적 격분과 불안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화면 전체를 붉은색으로 처리한 김환기의 72년 뉴욕시절 작품 '무제'는 서울, 파리, 뉴욕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작품세계의 변모 끝에 도달한 그의 성숙의 경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마치 우주를 그려나가듯 오만 가지 상념을 담은듯한 엷고 투명한 붉은색 점을 화면 가득 무심히 찍어나갔다.

음산하기 그지없는 빨강색, 그로테스크한 형상이 공통적인 신학철 임옥상 안창홍의 그림에서는 80년대 한국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고 풍자하는 작가들의 저항의식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같은 민중계열 작가이면서도 홍성담이 2004년에 완성한 193.9 갽 781.8㎝의 대작 '붉은 악마'에서는 새롭게 발견된 월드컵세대의 힘과 열정이 표현되어 있다.

고미술 쪽에서는 한 점도 귀하다는 진사 백자와 청자가 20여 점이나 출품돼 눈을 즐겁게 한다. 진사는 구리의 녹이 열을 통해 붉은색을 띠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 고온에서 상태가 불안정하고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진사는 백자, 청자에서 색상 표현이 가장 어려운 채료다. "백자에 붉은 물이 한 방울 들어가면 열 배로 귀해지고, 청자에 진사가 들어가면 가격이 백 배가 비싸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 고려시대 '청자상감진사국화문병'과 조선시대 '백자진사당초문각병' 등은 우아하고도 날렵한 선의 청자, 백자에 어우러진 귀한 진사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보여준다.

한편 탐스러운 천도복숭아의 모습을 그대로 만든 '청화백자진사복숭아형연적', 금강산을 집에 놓고 보는 구실을 했다는 '청화백자진사금강산연적' 등에서는 조선시대 사대부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 고미술 쪽에서는 이밖에도 주칠 장롱, 소반, 좌경 등 생활 집기들도 나온다. (02)720―1020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