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때 사대부 계몽에 힘쓴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캉유웨이(康有爲)의 말 중 '紅瓦綠樹(홍와녹수), 藍天(남천), 碧海(벽해)'라는 표현이 있다. 붉은 지붕에 푸르른 나무, 쪽빛 하늘과 파란 바다라는 의미이다. 아름다운 해안도시를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이 표현의 대상은 중국의 동쪽 해안도시 칭다오(靑島)이다. 붉은 벽돌집과 이를 둘러싼 푸른 나무와 파란 바다, 그리고 쪽빛 하늘이 하나로 펼쳐진 풍경이 바로 칭다오의 대표적인 그림이다. 그래서 칭다오 여행은 다양한 색채에 젖는 여행이다.
칭다오는 아침 닭 울음 소리가 서해를 건너 들려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비행기로는 1시간10분 거리. 가깝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한국인은 '골프관광지로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 정도로만 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도시 안에 깨끗한 환경의 산과 바다를 담고 있고, 문화유적지가 많은 해변관광 휴양지이자 역사문화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선정돼 '중국인거주환경상'을 받았을 정도다.
아름다운 풍경뒤 아픈 역사
칭다오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이 뾰족한 붉은 지붕을 머리에 인 벽돌집과 푸른 해변이다. 그리고 캉유웨이의 표현에 없는 것도 있다. 해변 건너에 펼쳐진 신도시의 높은 빌딩 숲이다. 마치 유럽의 한 도시를 방문한 듯 아름다운 풍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은 그 안에 아픔을 담고 있다.
100여 년 전 이곳은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으나 1889년 독일에 점령된 이래 스페인, 러시아, 일본 등의 지배를 계속 받아왔다. 그로 인해 외세문물의 영향은 도시를 급속도로 성장시켰고, 도시 전체는 중국이 아닌 유럽의 한 도시를 연상할 정도로 다양한 유럽풍의 이국적인 건물들이 들어서게 됐다.
이제 이 다양한 건물들과 마을들은 유용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러시아촌, 일본촌 등이 그 예이다. 한 때 일본촌을 모두 철거했으나 일본인 관광객이 늘면서 다시 복구하기도 했다.
칭다오는 중국에서 한국 총영사관이 있는 5개 도시 중의 하나다. 한국기업이 5,000여개나 있고 교민도 5만여명에 달한다. 중국내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도 한국어 간판을 볼 수 있고, 덕분에 한국 음식점도 많아 음식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 또한 현지인들의 한국인에 관한 인식도 긍정적이어서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신호산 오르면 도시 한눈에
칭다오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신호산 공원이다. 공원은 그리 높지 않지만 정상에 서 보면 2008년 북경올림픽 요트경기가 열릴 예정인 회천만과 1900년 독일인들의 군사기지로 이용되다가 공원으로 변한 소청도, 군함박물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공원을 조금 내려오다 보면 왼쪽 편으로 독일 점령기에 지어진 독일 총독관저가 보인다. 이 곳은 우람하지만 아기자기한 예쁜 외관과 실내에 있는 옛 독일총독이 가져온 고급스런 상제리에와 가구들, 그리고 마오쩌둥(毛澤東) 부부가 휴양을 와 묵었던 방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바다를 한 눈에 보기위해서는 샤오어산(小魚山) 공원에 오르면 된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푸른 칭다오의 앞바다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칭다오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태평만 뒤에 펼쳐진 유럽풍의 이국적 건물들이 즐비한 팔대관 지역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을 배경으로 결혼식 야외 촬영을 하는 중국인 예비신랑 신부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는 40㎞에 걸쳐 산책로가 조성돼 풍치를 즐기며 걷기에 좋다.
광천수로 만든 맥주 명물
칭다오에는 관광보다도 더 유명한 것이 있다. 바로 해발1,132m의 노산에서 나는 광천수를 이용해 만든 칭다오맥주가 그 주인공이다. 칭다오를 모르는 사람들도 칭다오맥주는 알고 있을 정도다. 칭다오 맥주 박물관을 찾으면 과거의 맥주 생산 시설을 볼 수 있고, 관람의 마지막 코스에서는 300여 명의 손님이 동시에 시음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칭다오에서 가장 큰 음악 레스토랑 맥주바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신선한 칭다오맥주를 종류별로 맘껏 마실 수 있어 애주가들을 즐겁게 해준다.
좀 더 칭다오맥주의 맛에 빠져들려면 8월 중순 열리는 칭다오 국제맥주축제를 찾으면 된다. 올해는 8월14일부터 29일까지 칭다오 국제맥주성에서 열린다.
/칭다오= 사진·글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인천서 하루 3편 직항기
칭다오는 산동반도 남쪽에 있다. 앞바다는 우리의 서해이다. 총면적은 1만654㎢이며 연평균 기온은 섭씨 12.2도로 우리나라 남해안 날씨와 비슷하다. 인천공항에서 칭다오행 직항기가 하루 3편 운항된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항공편이 있다. 칭다오 국제공항에서 민항버스나 택시를 타고 청운고속도로를 따라 50분 가량 달리면 시내에 진입한다. 배는 인천에서 주 4회 출항하고 18시간 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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