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다양한 특성과 소질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매년 수시모집 인원을 늘리고 있으나 고교와 대학 모두 입시관리가 엉망이어서 입시부정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시모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성적과 자격증 등이 고교에서 직접 대학으로 건네지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원본 대조가 불가능한 탓에 학생들이 손쉽게 위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4학년도 가톨릭대 수시모집에서 수험생 4명이 위조된 학생부와 가짜 외국어능력 증명서를 제출해 합격했다가 사후검증 과정에서 적발돼 합격이 취소됐다.
수시1학기 내신 우수자 전형에서 자연과학부에 합격한 경기 M고 A군은 교무실에서 담임교사가 작성해 준 원서 지원용 학생부 자료 3장을 받은 뒤 교장 직인을 찍기 위해 행정실로 가던 도중 성적 자료 1장을 미리 컴퓨터로 만든 가짜 자료와 바꾼 뒤 직인을 받아 대학에 제출했다.
서울 S고 B군도 수시2학기 전형에서 위조한 학생부를 제출해 법경학부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대학측은 지난 2월 정시모집 때 수시모집 합격자의 CD자료를 정시자료와 함께 각 고교에서 제출받아 학생들이 직접 낸 자료와 대조, 위조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대구 D여고 C양과 인천 K고 D군은 수시2학기 외국어성적 우수자 전형에서 국제학부와 외국어문학부를 지원하면서 가짜 중국어어학능력시험(HSK) 증명서를 제출했다가 학교측이 증명서 발급기관에 성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조사실이 드러났다.
일선 고교에서는 수시모집의 경우 학생들이 보통 2,3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학생 편에 학생부를 들려보내 교장 직인을 받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서울 K고 교사는 "수시에 지원할 정도의 학생은 믿음이 가기 때문에 혼자 가서 직인을 받으라고 하기도 한다"고 실토했다.
교사가 학부모와 담합해 비리를 저지를 개연성도 있다. 실제로 교육정보부 교사가 학부모와 짜고 학생부 성적을 위조했다가 적발돼 파면당한 사례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수시모집 전형방법이 수십 가지나 되지만 대학의 사후 검증은 형식적이어서 입시사고의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모 사립대 관계자는 "시간과 인력 제한 등으로 각종 자격증과 체육·실기능력 증명서, 재외국민 자녀의 학교 성적 등을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이번에 적발된 고교생 중 1명이 인터넷에서 '학생부 위조요령'을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있어 다른 대학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수시모집에서도 수기(手記) 전형자료의 제출이 불가피함에 따라 각 대학에 사후 검증을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정시모집부터는 고교가 대학에 직접 전송하는 방법을 강구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각 고교에 원본 대조 후 교장 직인을 날인하는 등 학생부 성적자료 위조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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