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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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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보이콧

입력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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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커닝햄 보이콧은 영국 메이오주(州) 내 백작영지의 관리인이었다. 그는 1880년 소작료를 체납한 소작농민들을 토지에서 추방하려다 이들의 비폭력 저항행동에 밀려 자신이 오히려 영지를 떠나야 했다. 보이콧은 그 전해에 결성된 아일랜드 토지연맹이 소작료 25% 경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체납자들에게 퇴거영장을 발부하려 했다. 그러나 토지연맹 지도부와 소작인들은 단체행동으로 나섰고 영지는 식량보급과 통신이 끊겨 고립상태에 빠졌다. 이에 다른 곳에서 파견된 봉사대 50명과 900여명의 군대 지원을 얻어 어렵게 수확을 마쳤으나 두 손을 든 쪽은 보이콧이었다.■ 이 사건 이후 보이콧은 비폭력적 위협행위를 뜻하는 새로운 말로 쓰이게 됐다. 보이콧은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공동으로 상대방을 배척하는 단체행위다. 흔히 특정상품에 대해 조직적 집단적으로 벌이는 불매운동의 주요 방법으로 익숙하다. 국제적으로 국가가 이를 주도해 추진하거나, 다른 국민을 폭행 협박해 불매를 강제하는 경우 국가가 이를 방지하지 않으면 국제법상의 책임이 발생한다. 그러나 상대국의 위법행위에 대한 보이콧은 정당화된다. 18세기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화폐 배척운동이나, 20세기 중국의 반일 반영 보이콧은 외세에 대한 민족 투쟁의 무기였다.

■ 유신 시대 어용으로 낙인 찍힌 대학총장이 학내 행사 연단에 오르면 학생들은 '우우'하는 야유를 보내 거부의사를 표시했었다. 졸업식장에서 총장이 등단하면 졸업생들은 일제히 뒤로 돌아앉아 총장 보이콧도 했다. 지난 주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에서 열린우리당 당선자 70여명은 환영사에 나선 박관용 국회의장을 보이콧했다. 연설불참이나 고의 이석으로 대통령탄핵안 가결주도에 항의를 표한 것이다. 한 당선자는 "어용총장의 입학식 치사를 들을 이유가 없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 박 의장은 6선 원로다. 개인적 봉변이자, 정치 전통상 파란이 아닐 수 없다. 정계를 떠나는 국회의장에게 신인 당선자들이 탄핵의 당·부당을 따지는 그런 '야지'를 꼭 보내야만 했는지, 착잡하고 아쉽다. 바람이 휩쓴 탓에 초선이 63%를 넘는 엄청난 변화가 온 17대 국회다. 앞으로 더한 파격도 얼마든지 예상된다. 하긴 연찬회 도중 그들의 옷차림의 파격부터도 한 둘이 아니었다. 민주노동당의 '농민복' 차림이야 선거 기간 익히 봐왔다 하더라도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은 차림이나 야외용 레저 모자를 쓴 채 강의를 듣는 당선자들은 16대에선 상상도 못했다. 초선분포는 열린우리당에서 압도적이다. 소속 152명 중 108명, 무려 72%를 차지한다. 당선자들은 단체 기념사진에서 팔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잘하자, 열심히 하자'는 좋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이다. 시류를 버티는 경륜과 책임이 갈수록 중요해 진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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