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또 틀렸네. 선생님, 두번째 글자부터 블록 지정해 '무브 효과' 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 18일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 1층의 디지털 영상반. 예닐곱명의 '아줌마'들이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컴퓨터 앞에 바싹 붙어앉아 디지털 편집프로그램인 애프터 이펙트(After Effect)로 영상자막을 만들고 있었다. 또각또각 클릭소리와 함께 강사 조승현(32)씨의 시범이 이어지고, 주부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줌마여, 야망을 가져라"
전업주부였던 황선희(50)씨가 중부여성발전센터 디지털 영상반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2002년 7월. 정신지체아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둘째딸 버들이를 위해 평소 바깥 세상을 찍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거금을 들여 학원에 다니는 건 엄두가 나지 않던 터였다. 그러다 마포부녀복지관에서 이름을 바꾼 중부여성발전센터가 마련한 전문화된 취업 프로그램들중 평소 관심이 많았던 영상관련 강좌도 개설된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엔 프리미어니, 베가스니 하는 디지털 기기가 너무 생소했어요. 게다가 '학습능력'도 예전 같지 않아 똑같은 강의를 몇 번이나 반복해 듣는등 고생이 많았죠."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길 2년여. 황씨는 '울타리 넓히기'라는 단편영화로 올 4월에 열린 제6회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 본선에 당당히 진출, 디지털 영상반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아줌마라고 해서 요리강좌만 들을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황씨는 이제 성매매 여성 쉼터인 '은성원'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 강좌에도 출강, 어엿한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영상반을 이수한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결혼식이나 유치원 행사 등의 촬영·편집기사로 일하는 등 오히려 겉보기에 어려워 보이는 전문직종에 '아줌마들의 틈새'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을 위한 날개를 달아보세요"
서울시가 권역별로 운영하고 있는 여성발전센터는 총 5곳. 3개월간 수강료 4만5,000원만 받고 웹디자인, 의상디자인, 전통공예, 피부미용, 헤어디자인, 플로리스트 양성 강좌 등 여성들이 전문직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60여개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양강좌 중심의 문화센터와 달리 취업과 창업이 가능한 강좌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는 게 특징.
20명 안팎의 소수정예로 진행되고 철저하게 실습 위주의 강좌여서 매번 등록 경쟁도 치열하다. 평균 취업률도 30%를 웃돌 정도로 높은 편이다.
센터의 신윤진 교육팀장은 "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 중에 만든 상품을 센터가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www.goodwomanshop.com)을 통해 직접 판매하거나 고객을 상대로 매달 실습발표회를 갖기도 한다"며 "실습위주의 교육방식에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도 4월부터 여성발전센터 등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 일자리갖기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 시 산하기관이나 복지시설, 민간위탁기관 등에 직접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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