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4월 12일부터 시행되었다. 법안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언론사 홈페이지나 인터넷 언론 사이트에 글을 올리려면 사전에 해당 사이트의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하여 온갖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것을 규제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해당 사이트는 글을 올리는 사람의 본인 여부 확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과태료 부과 등 법적 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다.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는 실명제가 홈뱅킹용으로 이미 사용돼 왔다. 사용자 개인이 제3의 인증기관으로부터 공인 인증서를 발급 받은 후, 발급받은 인증서를 통하여 개인의 신분을 확인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홈뱅킹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절차는 불편하다. 암호를 잊어버리거나 혹은 공인인증서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인증을 받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이 수월한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거래에 있어서는 보안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러한 불편함을 감내하고서도 필요성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인증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사에 이와 비슷한 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과연 사용자들이 위와 같은 불편을 받아들일 것이며, 언론사에서도 수 천 만원을 지불하며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할 것인가? 이러한 제도는 인터넷을 통한 참여 감소로 귀결될 것이 명백하다. 위와 같은 불편을 감내하고서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며,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수 천 만원의 초기 도입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유료 실명인증기관의 서비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제 효과와 비용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효과보다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비용의 문제 외에도 인터넷 실명제는 건전한 토론 문화 자체를 위축시킬 것은 분명하며, 이는 익명성의 방패 뒤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점들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인터넷상의 무책임한 비방과 욕설의 문제는 법적인 강제보다는 구성원들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할 것이다.
/모정훈 한국정보통신대 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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