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맥클린 M 중학교 7학년인 교포 3세 이모(14)군은 벌써부터 미국의 대입 수능격인 SAT 준비에 열성이다. 월반을 통한 조기 대학 진학이 목적이 아니라 한 명문 대학의 영재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영재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고교 과정을 미리 배울 수 있고, 좋아하는 수학공부도 실컷 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군처럼 영재성을 갖춘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미국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이다. 학교 과정이 무시된 채 철저히 능력에 맞춰 학습을 하는 대학의 영재 강좌가 있는가 하면, 교내 영재반이나 교육구 내 영재 프로그램도 많다.
특히 20년 전통의 존스홉킨스 영재 프로그램은 여름방학 3주간 17세 이하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데, 미 전역의 많은 영재들에게 '필수 코스'로 통할 만큼 유명하다. 2∼6학년은 저학년용 학력 테스트인 CTY를 치러야 하고 7∼8학년은 SAT I 성적이 같은 나이 학생 기준 상위 0.5%에 들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13세 이하 학생은 SAT 성적이 수학 530점 이상, 전체 점수 1,040점 이상, 16∼17세 학생은 수학 650점 이상, 전체 점수 1,300점 이상을 받아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자들 사이에선 "존스홉킨스 영재 프로그램 등록이 아이비리그 입학만큼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프로그램이 다루는 학습분야 과목은 쓰기 인문학 수학 과학 등 4개이며, 미적분학 및 물리 등 20여개 세부 강좌가 뒤따른다. 수업료는 3,000달러로 비싼 편이지만, 사정이 넉넉치 않은 학생에겐 장학금도 준다.
존스홉킨스 프로그램을 '단기 집중식 영재교육'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 공립 특수학교들은 엄격한 학사관리로 영재를 키우고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낸 뉴욕 브롱스 과학고나 학교 전체 SAT 평균 점수가 1,400점인 스타이브센트고 등은 학생이 아무리 우수해도 조기졸업이 안 된다. 미 교육부 당국자는 "공립 특수 학교 프로그램이 웬만한 대학 과정보다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존스홉킨스 프로그램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영재육성은 철저히 대학이나 민간에 맡겨진다. "좋은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학생들을 미리 육성하는 것도 대학의 주요 기능이며, 재정에도 보탬이 된다"는 인식 탓이다.
조지타운대 조지워싱턴대 시카고대 등도 앞다퉈 영재교육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영재육성에서 한발짝 비껴 나 공교육 향상에만 매진하고 있다. 부러울 따름이다.
김진각기자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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