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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유비무환 안보전략 시급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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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유비무환 안보전략 시급한 때

입력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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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 3,600명이 이라크로 차출된다. 이라크로 차출된 주한 미군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미 간에 논의된 1만 명 감축 계획이 예상보다 앞당겨 실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총 3만7,000여 주한 미군 가운데 3,600명이 빠져 나간다고 해서 한국의 안보가 풍전등화처럼 위태하진 않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유비무환의 안보전략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주한 미군 1만 명 감축 계획은 미국의 110억 달러에 달하는 전력 증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에 발 맞추어 협력적 자주국방의 토대가 마련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군 이라크 파병이 지연되고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이 불거져 이라크 치안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예정을 앞당겨 진행될 전망이다.

주한 미군 재배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우리는 다음 몇 가지 사안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첫째, 협력적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한국군 전력 증강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여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휴전선에 배치된 700여 문의 북한 장거리포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주한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오산에 거점을 두고 있는 미군의 U―2기는 북한 정세를 살피기 위해 한 번 비행에 약 12억 원을 쏟아 붓는다. 미군은 이와 함께 첩보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를 동원해 세밀한 관찰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금강산댐에 구멍이 난 사실도 모르다가 미국 위성 아이코너스를 통해 알게 됐을 정도다.

두 번째는 주한 미군 감축 일정을 국민에게 솔직하고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안보공백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주한 미군 감축이 코 앞의 현실로 닥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러다 전면 철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며 불안해 하는 국민들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 관계를 더욱 더 공고히 하는 일에 국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주한 미군 감축이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에 따라 신속 대응군 체제로 경량화를 지향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오비이락 격으로 반미 감정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예정보다 일찍 실행에 옮겨지니 무언가 매끄럽지 못한 뒷맛이 남는다.

이웃 나라 일본도 미군을 주둔시키며 왜 이런 저런 속상함이 없겠는가. 미 해병대가 주둔하는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에 가 보면 활주로 바로 옆에 일본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비행기 소음을 어떻게 견디며 살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그들은 냉정하다. 국익을 위해 인내해야 할 것은 인내하며 현실적 선택을 하는 일본이다. 냉전 종식 이후의 일본은 자위대마저 일찌감치 파병하며 일본의 안전보장을 미국과 함께 하는 국가전략을 선택했다.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며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받는 우리가 파병을 지연하며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미국 내 여론이 나빠질 것이고 설령 미국 군부가 한국 주둔을 원한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의 여론 때문에라도 철수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내 여론 조사를 보면 반미감정을 갖고 있는 단체나 국민들도 한국의 안보를 위해 주한 미군의 존재는 필요하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이 종결된 1953년 이후 50여 년을 전쟁의 참화 없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한 미군이 군사적 균형자로서 역할을 해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이 협력적 자주국방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할 때까지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일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김경민 한양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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