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안팎에서 몰아치는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월요일마다 블랙 먼데이의 악령이 되살아나 최근 20일새 주가가 20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국제유가의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물가가 치솟고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도·탈출 소식은 끊이지 않고 실업사태는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가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있지만 민생경제 최우선이란 원칙론만 되풀이할 뿐 속수무책인 듯하다.최근의 악재들은 우리가 대응하기에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고유가,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인상 등은 우리가 어떻게 손댈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런 것들이 악재임에는 틀림없지만 정작 경제계가 불안을 느끼며 희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정부에 널리 퍼져 있는 위기 불감증 때문이다.
정부의 상황진단은 기업인들의 체감과는 괴리가 크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위기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나 우리 경제를 위해서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내용이 정부의 상황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이런 인식은 대통령 잘못이 아니다. 청와대비서관이나 재경부 관리들은 물론 이헌재 부총리까지 "최근의 위기상황은 일시적이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시각을 갖고 있는 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달라질 리 없다.
이렇게 느슨한 상황인식으로는 위기극복이 불가능하다. 아무도 최근의 위기상황이 정부 탓이라고 보지 않는다. 경제위기라고 솔직히 시인한다고 해서 정부를 비난할 국민은 없다. 오히려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용기를 평가하고 정책을 신뢰할 것이다.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실책이요 악재다. 경제계는 정부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가시밭길이든 오솔길이든 앞이 내다보이는 대책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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