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정수기 기사도 회사측의 지시를 받는 종속관계만 인정된다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봐야 하는 만큼, 사측은 산재보험 등 복지혜택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레미콘 개인사업자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의 중간지위에 있는 직업군)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특별11부(박국수 부장판사)는 18일 정수기업체 C사가 "정수기 배달·설치·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용역기사'는 근로자가 아닌데도 산재보험료 등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보상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회사의 사회보장제도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돼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회사에 종속돼 업무를 하고 있다면 산재보험료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수기 용역기사는 매일 출근해 친절교육 등을 받아야 하고 스스로 수요처를 개척하거나 사실상 다른 사업을 겸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경제적 우위에 있는 회사가 정한 계약내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종속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C사는 2001년 1월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용역기사 박모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로 판단하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 C사측에 산재보상보험료와 고용보험료 등 3,600여만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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