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시걸이 등장한다고 해서 김두영 감독의 '클레멘타인'을 액션 영화로 착각하면 안 된다. 3회 연속 세계 태권도 챔피언을 지낸 이동준이 주인공을 맡는 등 액션 배우들이 나오지만 양념일 뿐, 실상은 여성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 드라마이다.그럴 듯한 악역에도 제대로 된 액션 배우 하나 없다. 악당 두목 역의 기주봉은 험한 인상으로 한 몫 하는 연기파 배우이고, 오른팔 격 동팔은 '개그 콘서트'에서 세바스찬으로 알려진 개그맨 임혁필이다. 스티븐 시걸은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주인공의 막판 상대역인데 아주 짧은 순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뿐이다.
당연히 액션도 둔탁할 수 밖에 없다. 실감나는 리얼 액션을 표방했음에도, 이동준과 악당이 벌이는 대결은 '맨발의 청춘'식 주먹질이다. 이종격투기 링 위에 선 스티븐 시걸도 마찬가지. '언더시즈'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불어난 체중만큼이나 액션도 무거워 보인다.
어머니가 죽은 것으로 알고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란 딸 사랑(은서우)이 할인점에서 만난 여검사가 어머니 민서(김혜리)라는 설정도 지나친 우연이다. 이종격투기에 내기 돈을 걸어 승부를 조작하던 악당이 느닷없이 위조지폐범으로 둔갑하고 검사가 직접 총 들고 악당을 습격, 결투하는 장면 역시 흠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눈물 뿐인데, 이를 전적으로 아역 배우 은서우에게 의존하고 있다. 사랑 역을 연기한 은서우는 공포물 '폰'에서 어른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던 아역 스타. 그는 '클레멘타인'에서 링 위에 쓰러진 아버지를 부르며 눈물을 펑펑 쏟아 시사회장을 찾은 여성들을 울리며 제 몫을 다했다. 이종격투기로 포장했지만 7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 처럼 철부지 어린아이의 눈물에 의존한 신파극이다. 15세 관람가. 21일 개봉.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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