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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무에타이의 후예/토니 자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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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무에타이의 후예/토니 자가 왔다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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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하다. 여러번 치고 때리는 게 아니다. 단 한방이다. 으르렁 대며 다가오는 덩치 큰 적을, 그야말로 묘하게 뒤틀린 발차기 한방으로 날려버린다. 무술이 아니다. 평균대 위를 날아다니는 체조선수의 화려한 군무이자, 앞다리를 웅크린 사마귀의 징그러운 몸놀림이다.태국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는 새로운 액션 배우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다. ‘당산대형’이 리샤오룽(李小龍ㆍ1940~1973), ‘취권’이 청룽(成龍ㆍ50), ‘황비홍’이 리롄제(李連杰ㆍ41)를 알렸다면, ‘옹박…’은 신예 토니 자(26)의 등극을 선포하는 영화다. 동시에 리샤오룽의 절권도와 리롄제의 진진권에 이은, 제3의 동양무술인 태국 전통무예 무에타이가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오로지 토니 자,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스토리? 뻔하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영화적 메시지? 아예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 영화음악? 들리지도 않는다. 자동차 추격신과 폭발 등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흔적도 가득하다. 프라챠 핀캐우 감독은 단 하나만 염두에 뒀다. ‘옹박’은 토니 자의 화려하면서도 섬뜩한 실전 개인기를 위한 질펀한 싸움판일 뿐이다.

태국의 한 시골마을. 마을을 지켜주는 불상인 ‘옹박’의 머리가 도난 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옹박을 되찾아오라는 촌로들의 읍소에 방콕으로 떠나는 청년 팅(토니 자). 방콕에서 팅은 조지(페치타이 윙캄라오)라는 친구와 함께 옹박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싸우고, 싸우고, 또 싸우고… ‘옹박…’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PC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영화판인 셈이다.

영화 속 토니 자는 타고난 무에타이의 전사다. 달리는 자동차 밑을 양 다리를 좍 벌려 통과하는 것은 기본. 좁은 시장 골목길에서 깡패들과 마주치자, 그들의 머리와 어깨를 밟으며 휙휙 날아다닌다. 두 번 다리 돌려 상대방 어깨 내리치기, 붕 뛰어올라 무릎으로 상대방 목을 조른 뒤 팔꿈치로 머리 가격하기….

이소룡의 강한 근육에서 비롯된 날쌘 발길질과, 중국 전통무술을 두루 섭렵한 리롄제의 딱딱 끊어 치는 육중한 타법과는 전혀 다른 볼거리다. 놀라운 것은 어떠한 영화적 트릭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사실. 와이어 액션도, 스턴트 맨도 없다. 대나무 숲에서의 유려한 액션을 선사했던 ‘와호장룡’의 컴퓨터그래픽도 없다.7세 때부터 혼자 무술을 연마한 토니 자의 완전한 개인기다.

그는 태국의 유명 액션배우이자 감독인 파나 리티크라이로부터 무에타이를 비롯해 쿵푸, 태권도, 검술, 가라테, 기계체조를 배운 무술인이다. ‘옹박…’을 위해서는 무려 4년을 준비했다. 그 결과는? “도대체 저런 인간이 다 있나?’이다. 한동안 무에타이 붐이 일게 생겼다. 15세관람가. 26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동양의 리얼액션 스타들 무술 비교

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 예고편 중에서 관객 귀를 놀라게 하는 구절 하나. ‘리롄제, 그는 약하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황비홍’과 ‘영웅’의 그 신출귀몰한 리롄제를 보고 약하다니? 실제 전(全) 중국무술선수권대회를 5연패한 그를 이렇게 오만 방자하게 깔보다니? 뿐만이 아니다. ‘리샤오룽, 그는 죽었다. 청룽, 그는 늙었다….’ 동양 무협ㆍ액션영화를 주름잡아온 리얼액션 스타들을 싸잡아 폄하하는 토니 자. 그의 무술이 이들 3명과 무술세계와 어떻게 다르길래.

●이샤오룽 / 강한 근력 이용, 급소 가격하는 실전형

“나는 절대로 내가 천하 제일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두 번째라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의 특유의 무술세계는 이 말에 함축돼 있다. 쿵푸, 태극권, 소림권, 태권도, 공수도 등 동양 전통무술의 장점만을 취해 1964년 첫 선을 보인 실전형 무도 ‘절권도(截拳道)’는 그의 무술세계를 집약한 결정체다. ‘정무문’(1972년)에서 러시아 고수를 상대로 펼친 ‘하단 발차기 속임수에 이은 상단 가격’ 장면을 떠올려보라. “실전은 6초 안에 끝내야 한다”가 그의 지론이었다.

당시 ‘정무문’에서 이소룡의 ‘날아차기’ 일격에 문 밖으로 나가 떨어지는 일본인으로 출연한 청룽은 이렇게 회상했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내 몸은 4~5미터 정도 날았다. 안전장비 없이 홍콩 스턴트맨이 날아간 최고의 거리였다.”

그의 싸움방식은 이처럼 강한 근력을 이용해 상대방의 급소를 빠르게 가격하는 실전형이었다. 64㎏에 불과했던 그가 이같은 괴력을 발휘했던 것은 112.5㎝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의 흉부근육(마이크 타이슨이 113㎝) 덕분이라는 게 정설이다.

●청룽 / 코믹 오해… 사실은 대단한 무술 고수

1979년작 ‘취권’ 때문에 코믹 액션배우로 오해 받기는 하지만, 성룡 역시 대단한 실전 무술인이다.

‘쾌찬차’(1984년)에서 당시 세계 격투기선수권 챔피언인 베니 어키데즈를 상대로 펼친 마지막 격투는 일체의 영화적 트릭 없이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산둥성 태생인 그는 7세 때 쿵푸 수련과 연기 지도로 유명한 홍콩 경극학교에 입교, 하루 10시간씩 연습했다. ‘취권’에서 무릎과 어깨, 머리 위에 물잔을 올려놓고 기마자세를 취하는 장면은 그때 배운 수련 과정이었다.

●리롄제 / 中 무술선수권 5연패… 격투 최강

“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무술인이다. 내가 영화를 찍는 이유는 무술을 효과적으로 보급하기 위해서다.”

리롄제는 품세와 격투부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최강. 8세 때 베이징체육학교에 입학해 전통무술을 배웠으며, 11세 때인 1974년 중국무술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무려 5연패를 달성했다. 중국 무술인들은 그를 중국 역사상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무술 천재로 받들고 있다.

‘이연걸의 정무문’(1994년) 촬영을 위해 그가 만든 무술이 극중 주인공 이름을 딴 ‘진진권’. 실전 격투기 형식으로 우슈와 복싱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무술의 장점을 따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무술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번자권, 나선의 원운동이 독특한 태극권, 8가지 손바닥 타격기법인 8괘장 등이 진진권에 농축돼 있다. 결국 리샤오룽이 실전형 무술과 수련에 집중했다면, 리롄제는 중국 전통무술에 두루 능했던 셈이다.

●토니 자 / 타이복싱·무에타이로 무장

그러면 토니 자는? ‘옹박…’이 데뷔작인 만큼 그의 이력은 아직 덜 알려졌다. 다만 12세에 본격 타이복싱에 뛰어들었고, 이후 파나 리티크라이 감독 겸 액션배우로부터 무에타이를 배운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어쨌든 팔꿈치는 머리를, 무릎?가슴팍을 치는 ‘반 시엔 토사카른’, 상대 허벅지를 무릎으로 가격하는 ‘카우콩’ 등 그가 소화한 무에타이 특유의 현란한 기술만은 놀랍다. 지난해 태국에서 ‘옹박…’을 본 리롄제는 이렇게 말했다. “홍콩 액션영화를 최고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3세계 액션이 영화계를 지배할 것이다.”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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