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권력층 인사들의 자금 관리인 역할이 드러난 김영완(51·사진·해외체류)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 전·현직 검찰 간부들과 수시로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 강제송환에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이 이 같은 김씨의 광범위한 인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 동안 김씨의 해외 소재를 알 수 없다며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김씨의 수하에서 돈세탁 심부름을 한 임태수씨가 지난달 미국에서 체포돼 압송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박 전 실장의 변호인측은 김씨가 1999년 4월1일부터 2003년 3월12일까지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경기 용인시 남부CC와 화산CC에서 골프를 한 기록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1999년 4월∼2003년 3월 신승남 전 검찰총장, 이원성 전 대검차장 등과 수시로 라운딩을 가졌다. 99년 11월7일에는 자민련 이긍규 의원과 이 의원의 지역구(서천)를 관할하는 당시 서주홍 홍성지청장(현 서울고검 공판송무부장) 및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현 변호사) 등이 김씨와 함께 골프를 쳤다. 김씨는 2000년 1월16일에는 당시 김성호 서울지검 동부지청장(현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 정동기 동부지청 차장(현 대구지검장), 채정석 동부지청 형사6부장(현 서울고검 검사) 등과 라운딩을 했다. 2000년 7월23일과 7월29일, 같은 해 10월29일에는 당시 이귀남 청와대 사정비서관(현 인천지검 2차장)이 김씨와 골프를 쳤는데 10월 골프 모임에는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도 참석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검차장은 "김씨가 학교 후배라 골프를 같이 친 적은 있으나 특별한 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정동기 대구지검장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 외 인사들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밖에 이한동 이훈평 박광태 씨 등 정치인,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현 청와대 비서실장), 조해녕 대구시장, 염홍철 대전시장 등 현 지방자치단체장, 이건춘 전 국세청장,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황용하 전 경찰청장, 손학래 전 철도청장은 물론, 유력 언론사 사주 등 줄잡아 100여명의 유력인사가 김씨와 함께 골프를 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