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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냉혹한 여전사도 결국 모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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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냉혹한 여전사도 결국 모성으로…

입력
2004.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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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킬 빌 2'가 나왔다. 1편에 비해 액션의 양과 붉은 피의 향연은 줄어들었지만, 우마 서먼이 내뿜는 여전사의 향기는 더욱 그 내음을 짙게 풍긴다.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창조주가 만든 '브라이드'라는 캐릭터는 아마도 세계영화사의 '강한 여자' 계보에서 그 정점을 차지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리샤오룽의 옷을 입고 일본도를 든 액션 스타일. 관 속에 생매장되어도 살아나오는 불굴의 의지력. '미션 임파서블'처럼 보이던 복수의 리스트를 끝내 완성하고야 마는 내공. '에이리언'의 시고니 위버 이후 긴 세월 동안 끊겼던 터프 걸의 연대기는 아마도 '킬 빌' 시리즈로 완성되는가 보다.여전사 캐릭터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가장 손쉽게 끄집어낼 수 있는 공통점은 섹시함. 그녀들은 지닌 힘만큼이나 강렬한 섹스어필의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그들의 성적 포인트는 의상에서 나온다. '니키타'에서 안느 파릴로가 입었던 간소한 복장, '롱 키스 굿나잇'에서의 지나 데이비스와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조요비치,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와 '이온 플럭스'의 에로틱한 그림체, 유난히 각선미를 강조했던 '툼레이더' 시리즈의 안젤리나 졸리(사진) 복장은 대표적.

하지만 여전사의 섹시함이 조금 다른 것은 그것이 단순히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은 그 남성적 영웅성으로 인해 거세공포 이상의 잔인함과 겹쳐진다. '킬 빌' 1편에서의 루시 리우(그녀의 기모노 또한 섹시했다)가 갑자기 목을 날려버리는 장면이나 고고 유바리의 리얼액션은 강한 여자의 잔혹함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또한 여전사들은 혈혈단신으로 싸운다. '뮬란'처럼 장수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녀들에겐 외로운 그 무엇이 있으며 '킬 빌' 1편에서의 브라이드처럼 수십 명의 적을 홀로 물리치기도 한다.

'지 아이 제인'의 데미 무어는 성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을 향해 저항하는 여성이기도 했다. 그러한 여전사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을 때이며, 그 클라이맥스는 처연한 액션을 보여 줄 때이다. .

하지만 여전사는 언제나 모성애라는 근원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여전사 캐릭터를 가부장적 시스템 안에 묶어 두려는 일종의 음모일 수도 있지만, 가끔씩은 퍽퍽한 남성 히어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비장미와 인간적 감동을 전달하기도 한다. '글로리아'의 독신녀 글로리아는 범죄자들로부터 꼬마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가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한 손엔 커다란 총을 든 장면은 전투성과 모성애가 결합된 '결정적 장면'으로 인구에 회자되는 이미지다. 그리고 '킬 빌'은 기본적으로 복수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자기 딸을 찾아가는 브라이드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복수의 혈투로 낭자한 그 피보다, 어머니와 딸 사이에 흐르는 그 피가 훨씬 더 진하다고 이야기하는 '킬 빌'. 이 영화가, 단지 남성을 여성으로 바꿔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속 보이는' 여전사 영화와 감정의 울림과 깊이가 다른 점은 바로 그것이다.

/김형석·월간 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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