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PK(부산·경남) 성문(城門)이 뚫리는 거 아이가?"6·5 재·보선에서 여당과의 'PK 혈투'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텃밭이나 다름없는 부산·경남의 광역단체장 선거전에 암운이 드리웠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자체 여론조사 결과 두 곳 모두 열린우리당에 밀리고 있는 데다, 내부 경선 잡음으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게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17일 경남지사 후보경선에서는 김태호(42) 거창군수가 선출됐다. 김 군수는 이날 실시된 도내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모두 3,175표를 얻어 3,052표를 얻은 송은복(61) 김해시장을 123표차로 눌렀다.
40대의 젊은 풀뿌리 행정가가 후보로 나선다는 점에서 당에선 기대가 일고 있지만, 악재도 적지않다. 우리당 후보인 장인태 전 경남부지사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공천에서 탈락한 김용균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역시 낙천한 이주영 의원의 지역구이자 도청 소재지인 창원의 민심 향배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8일 최재범·허남식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는 부산의 경우 '동성 게이트' 비리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허 후보의 도덕성 문제와, 서울부시장 출신(최 후보)의 자격시비 등으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부산 의원들이 개인적 친분관계와 학맥 등에 따라 두 후보 진영으로 분열돼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당직자는 "여당은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한 뒤 표밭갈이를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이기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PK발 위기론'이 확산되자 당내 일각에서는 부산·경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곳이라도 잃을 경우 당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의화 의원은 "아직도 중앙당은 실상을 잘 모르고 탁상공론에 젖어있는 것 같다"며 "PK 울타리가 무너지면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 때까지 치유할 수 없는 중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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