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김혁규 총리' 카드를 밀어붙이기로 작심을 한 모양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17일 상임중앙위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혁규 전경남지사를 앞 다투어 칭송한 것을 보니 그렇다.이날 사임한 정동영 의장은 "어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김 전지사에 대한 찬반이 50대 30으로 나오더라"며 "국민의 50%이상 지지를 받는 것을 보면, 지역통합을 해야 한다는 시대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장직을 승계한 신기남 의원은 한술 더 떠 "김 전지사가 여기 온 것은 쉬운 길을 택한 게 아니라 망국적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모험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임 총리에 대한 찬반은 자질과 능력, 역할에 맞춰져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김 전지사는 대통령과의 관계와 능력, 정치역정 등 어느 것 하나 총리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선 대통령의 입장과 6·5 재·보선 등 정치적 목적에 함몰돼 상식을 외면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읽힌다. '김혁규 총리'에 결사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둘째 문제다.
김 전지사는 아무리 그럴 듯한 포장을 덧씌운다 해도 당적을 옮긴 '철새 정치인'이다. 그것도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한 야당에서 정치적, 행정적 선택 지가 많은 여당으로 말을 바꿔 탔다. 이번 총선에서 철새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11명 모두가 낙선했을 만큼 엄중했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는 데 대한 여당의 접근 자세는 훨씬 조심스럽고 정교해야 한다. 우리당 지도부의 이날 언사는 "여당이 힘이 세지니 오만해졌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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