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강원 영월 동강변 마을이 시민단체의 국민성금 모금을 통해 매입돼 영구보존의 길이 열렸다.자연·문화 유산 보호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자연신탁 국민운동)는 16일 영월댐 무산 이후 각종 레저시설 개발로 훼손 위기에 놓인 동강 유역 제장마을(강원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사유지 5,200평(1만7,000㎡)을 매입키로하고 18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셔널트러스트가 매입한 동강 변 밭과 대지는 S자로 굽이쳐 흐르는 51㎞ 동강 줄기 한 가운데 지역으로, 매입자금은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땅 한평 사기 모금운동'과 기업·단체 등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내셔널트러스트는 매입한 땅에 있는 민가와 래프팅 시설 등을 철거해 원상태로 복구한 뒤 학생들의 생태탐방 코스로만 개방할 예정이다.
내셔널트러스트 김성훈 대표(전 농림부장관)는 "정부가 2002년 동강변 일대 국·공유지 2,000만평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사유지가 빠져있어 훼손 방지엔 미흡했다"며 "이번 사유지 매입을 통해 자연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동강이 시민들의 공동소유가 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제장마을은 현재 5가구 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동강 물길을 따라 대규모 석회암 절벽이 솟아 있고 수달과 원앙 등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해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제장마을 뒤 칠목령 고개 넘어 자리한 동강 변 문희마을(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도 성금 모금을 통해 매입할 계획이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기증이나 기부를 통해 보호가치가 있는 자연·문화유산을 사들여 미래 세대를 위해 영구 보전·관리하는 시민운동으로 한국에선 2000년 설립됐다. 지난해 강화도 매화마름(희귀식물) 군락지와 서울 성북동 미술가 최순우 고택 등을 매입, 각각 시민 자연·문화유산 1호로 관리하고 있으며 동강 제장마을은 자연유산으로는 두 번째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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