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충격이 서민가계를 옥죄어오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한데 이어, 올 하반기엔 전기료 도시가스요금 난방비 등 주요 에너지 가격과 교통관련 요금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기조에 진입, 국내물가는 2중, 3중의 압박을 받게 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주 무연 보통 휘발유의 전국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5.59원 오른 ℓ당 1,362.70원을 기록, 역대 최고가(1,357.99원)를 2주만에 갈아치웠다. 경유도 ℓ당 864.73원으로 5.85원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은 휘발유 평균가격이 1주일만에 무려 10원이상 올라 1,414.24원에 달했고, 휘발유값이 가장 비싼 제주도에선 주유소 가격평균이 무려 1,429.38원으로 치솟았다.
전력 요금 역시 국내 수입원유의 주종품목인 두바이유 기준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10달러 이상 높은 배럴당 35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연료비 부담이 급증, 4∼5%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당장은 요금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유가의 고공행진이 지속된다면 발전사들의 연료비 감내수준은 곧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업계도 유가와 연동되는 천연가스 요금인상시기를 저울질하고는 상태다.
교통요금도 상승압박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지하철요금은 7월 인상계획이 이미 확정됐으며, 경기도 역시 하반기 인상을 추진중이다. 택시노조인 민주택시연맹은 운전자 실질처우개선을 위해 내달 총파업 돌입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영국항공(BA), 호주 콴타스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등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잇따라 여객·화물요금을 올리고 있어, 국내 항공사들 역시 요금인상대열 합류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고유가의 국내물가충격을 완충시켜주는 방법은 환율과 세금 두가지다.
그러나 세금인하는 추세적 고유가 국면에선 쉽게 동원하기 힘들고, 그나마 환율은 충격흡수 아닌 충격가중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달러당 1,150원대에서 안정됐던 원·달러환율은 미국의 조기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의 상대적 강세반전과 국내주식시장의 외국인이탈조짐으로 이달들어 1,180원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움직임으로 볼 때 수입물가 강세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 전망기관들은 유가가 '대세상승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1배럴=50달러', 국내 휘발유가격 '1ℓ=1,500원' 시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소비한다면 가계살림이 감당하지 못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내수의 숨통을 더 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