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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특집/"최민식 연기 압권… 남우주연상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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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특집/"최민식 연기 압권… 남우주연상 감"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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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올드보이'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시사회장과 기자회견장은 기자들로 꽉 찼고 주인공 오대수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에게는 칭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근친상간과 폭력장면이 등장해 시사회 도중 자리를 뜨는 관객도 있었다.제작사 쇼이스트 등 한국 영화 관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시사회장의 인파. 14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첫 시사회가 열린 1,000석 규모의 살 드뷔시 극장은 기자와 일반 관람객으로 상영 1시간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고 2층 통로에도 관객 100여명이 앉아 있었다.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날의 소피 톨로디 기자는 "편집, 영상 등이 훌륭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라며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프리미어의 에인저 코벨트 기자는 "최민식의 연기는 단연 최고"라면서도 "정사를 한 오대수, 장미도(강혜정)가 부녀지간으로 밝혀져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사회는 비교적 조용히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관객은 근친상간과 폭력 장면에 거부감을 느낀 듯 중간에 극장을 떠났다. 영화제 비평가주간 프로그래머 클레어 클로조는 "잘 만들기는 했는데 사디즘, 마조히즘이 나와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스 아테네 영화제 프로그래머 레프테리스 아다미디스는 "전작 '복수는 나의 것'에 비해 스타일은 앞서지만 극적 구성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올드보이'팀 현지 기자회견

15일 낮12시30분에는 메인 행사장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기자 회견이 있었다. 중국, 일본 등 동양권 기자를 중심으로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 200여명이 참가, 한번에 10여명이 질문을 던진 '슈렉2' 기자 회견의 열기에는 못 미쳤지만, 30분 안팎의 타 기자회견에 비하면 1시간 20분 가량 질문이 이어지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박찬욱 감독은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나와, 진지하면서 재치있게 질문을 받아넘겼다. 회견에는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등 출연 배우가 함께 했다. '올드보이'의 수상 여부는 23일 가려진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외국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복도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이 20명 정도와 대적하려면 좁은 장소가 필요했다. 낡고 복잡한 배관이 어우러진 복도 세트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원래 100개 가까운 컷을 찍었지만 하나의 긴 샷으로 마무리했다. 오대수의 고독감을 돋보이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박찬욱)

―폭력장면이 눈에 띈다.

"폭력을 볼거리나 유희 아니면 아름다운 것으로 다루는 데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폭력의 결과가 무엇인지, 폭력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보여주고 싶었다." (박찬욱)

―오대수가 산 낙지를 먹는 장면이 충격적이다. 채식주의자로 알고 있는데.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오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먹을 거리는 피하는 편이다. 감금, 복수심으로 인한 오대수의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잘 표현한 장면 중 하나다. 촬영 때문에 낙지 4마리가 죽었는데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웃음)." (최민식)

―칸에 다시 온 느낌은.

"친구 집에 두 번째 놀러 온 것 같다. 지난 번에는 '취화선'을, 이번에는 '올드보이'를 갖고 왔다." (최민식)

―'미스터 벤전스(복수)! 복수는 나의 것'에 이어지는 복수극 3부작 중 2번째 작품이다. 전작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왜 복수에 집착하는가.

"'복수는…'이 건조하고 차가운 영화라면 '올드보이'는 습도가 높고 뜨거운 영화다. 세 번째 작품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복수극을 만드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사적인 복수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가의 특권 아닌가." (박찬욱)

―할리우드에서 이 영화가 리메이크 된다. 그 과정에 참여하나.

"참여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이 할 일이다. 스토리가 팔리는 것은, 영화 자체가 수출돼 많은 극장에 소개되는 것보다 덜 재미있는 일이다. 뛰어난 감독이 리메이크를 맡아 나보다 더 잘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웃음)." (박찬욱)

/칸=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칸 영화제 이모저모

12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한 제57회 칸국제영화제는 할리우드 스타가 대거 참석하고 참가작 수준도 높아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다. 비정규직 예술계 노동자의 시위가 예상됐지만 노조가 영화제측과 막판에 타협해 영화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개막식 레드 카펫는 영화 스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란히 밟았다. 프랑스 비정규직 배우, 기술자 등은 정부의 실업수당 삭감 방침에 맞서 영화제를 방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개막을 몇 시간 앞두고 영화제측과 극적 합의, 레드 카펫 행사 때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로 하고 한발 물러났다. 레드 카펫 행사에서는 스타들의 화려한 드레스, 턱시도 뒤로 '협상'(Negotiation)이라는 알파벳 한 글자씩을 몸에 단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올해에도 칸 밤 하늘은 수많은 스타들로 반짝거리고 있다. 비경쟁부문 초청작 '트로이'의 주인공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슈렉2'의 목소리 연기자 카메론 디아즈(피오나 공주) 에디 머피(덩키) 마이크 마이어스(슈렉) 안토니오 반 데라스(고양이), 프랑스 영화 '오늘 저녁'의 소피 마르소 등이 칸을 찾았다. 카메론 디아즈는 '슈렉2' 시사회장에 도착한 자신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직접 찍었다. 한국에서는 박찬욱 감독, 배우 최민식이 부인과 함께 방문했고 배우 유지태 강혜정 성현아, 홍상수 강제규 감독이 참석했다.

○…개막작인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Bad Education)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대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로마 가톨릭 신부에게 성적으로 학대받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현지 데일리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4개를 받았다"며 "경쟁작이라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삶의 기적을 믿는 보스니아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인생은 기적', 버려진 아이를 통해 일본 사회를 비판한 고레에다 히로가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등 참가작 수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의 미래는 밝다" 현지 언론 잇단 특집

현지 언론들이 한국 영화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날'은 14일자에서 8페이지 짜리 한국 영화 특집과 함께 칸 필름마켓 출품작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리뷰 기사를 실었다.

이 잡지는 '한국의 미래는 밝다'(A promising Korea ahead)라는 기사에서 "한국영화는 아직도 불안정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흥행성적을 보면 앞날이 밝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아라한 장풍대작전' '효자동 이발사' 등 최근 개봉작과 '청연' '령' '인어공주' 등 제작 중인 작품의 줄거리, 배우, 투자배급사 등을 보도했다. '한국영화의 얼굴들' 기사에서는 배우 문근영 원빈, 감독 임찬상 최동훈, 프로듀서 김무령씨 등의 경력과 주요 작품을, '알아야 할 제작자'에서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정태성 쇼박스 상무, 박동호 CJ엔터테인먼트 대표, 강제규 강제규필름 대표 등을 소개했다.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트' 칸 특집판 15일자는 신촌 극장가를 찾는 대학생의 모습을 소개하고 아시아의 한류열풍, 일본영화 개방 등 한국 영화의 명암을 열거했다. 한 페이지에 걸쳐 박찬욱 감독 인터뷰를 실었고 '올드보이'를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일간지 르 몽드 13일자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홍상수 감독을 소개했다. '홍상수, 알코올, 섹스, 그리고 영화'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홍 감독이 '여자는…'을 만든 계기와 영화관, 작업방식과 이 영화를 완성하기 전 1년간 파리에서 지냈던 일 등을 소개했다.

AFP 통신은 이날 '한국영화, 칸에서 높이 날기를 희망한다' 제하의 기사에서 "내 영화를 편견 없이 보기를 바라며 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상을 받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홍 감독의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세계의 언론이 한국의 영화 열기와 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의 한 여기자는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봤다"며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칸=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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