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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없애면 모유 수유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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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없애면 모유 수유 성공한다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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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아이를 신생아실에 격리시키는 건 아동학대입니다. 열달동안 자궁에서 지내다 세상에 나와 힘들게 생존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그 취약한 시기에 신생아를 엄마가 돌보지 않도록 하는 게 학대 아닙니까?"삼성제일병원 소아과 신손문 교수는 과격한 '신생아실 폐지론자'다. 60년대 말 분유회사가 생기면서 "분유 먹으면 우량아 된다"는 오해가 퍼진 것도 문제지만, 병원이 감염관리 등을 이유로 신생아실을 만들자, 산모는 가뜩이나 힘든 터에 '수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까지 생겨 분유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모유 수유율 높이는 거요? 간단합니다. 질병 치료가 필요한 아이만 신생아실에 들어가도록 보건복지부가 규제하면 됩니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아가방이 없어지면 산모는 젖을 물릴 수밖에요." 신 교수는 삼성제일병원을 8월부터 아예 분유가 없는, 100% 모유 수유 병원으로 만들 것을 추진중이다.

사실 산후 1∼2주 안에 모유수유의 성공이 달려있음을 알아챈다면 신생아실 폐지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즉 젖이 나오게 하는 비결도, 젖멍울의 통증을 막는 비결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신생아실이 이를 가로막는다. 그만큼 모유 수유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데 의료진 특히 산부인과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달 29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엄마 젖 최고 간담회-산부인과 역할을 중심으로'에서도 참석한 9명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한결같이 산부인과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김영주 교수는 "2002년 병원에서 모자동실을 실시한 후 10%대에 불과했던 모유 수유율이 70∼80%대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모유 수유율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60% 정도였으나 2000년 10.3%로 조사됐고 이후 모자동실 도입으로 증가추세다.

한양대병원 박문일 교수는 간담회에서 "유니세프 모유수유 지침 중 하나인 '태어난 지 30분안에 젖 물리기'를 실천하기 위해 분만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자연분만을 권장하고,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전신마취가 아닌 경막외 마취를 시행하며, 출산 후 수술중이라도 임산부 가슴 위에 아기를 올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중진통, 호흡법 교육, 회음절개 억제 등 의사가 분만 전후 통증을 관리하는 것도 수유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모유를 먹이겠다고 마음먹은 임신부라면 의지만 다질 게 아니라 미리 병원을 잘 골라둬야 한다. 모자동실, 젖 물리는 분만실은 병원 선택의 첫번째 기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문영 교수가 발표한 수유 권장책을 보면 또 다른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제일병원의 경우 모자동실 외에 산전 모유수유 교육 24명의 모유수유 전문가 수유실 24시간 운영과 비디오 교육 인터넷 상담과 모유수유클럽(동호회) 운영 등을 실시하는데 이런 정책은 수유에 유리하다. 신생아실이 따로 있고 수유시간도 엄격히 정해져 있는 병원이라면 수유가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소아과를 가능한 한 일찍 찾는 것. 신손문 교수는 "궁금하거나 불안한 것이 많고 포기하고픈 갈등도 심한 산후 1∼2주일에 소아과를 찾아 BCG접종도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라"고 권한다. 신 교수는 "산모의 외출에 대한 금기 때문에 출생 4주째에야 BCG접종을 하러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땐 이미 모유냐 분유냐가 결정된 시기"라며 "소아과에 일찍 오는 것을 반기는 산모일수록 모유 수유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배워야 한다/햄버거 먹듯 아기 아랫입술부터 붙여라

"자, 여기 아주 두툼한 햄버거가 있어요. 어떻게 먹을까요?" "입을 크게 벌려야죠." "그렇죠. 입은 어떻게 대나요? 아무래도 아랫입술부터 붙이게 되죠? 아기가 젖을 먹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아기 입에 비해 젖꼭지는 큰 햄버거와 같아서 물기가 힘들어요. 또 아랫입술이 안으로 말려들어가면 빨지 못해요. 제대로 안 물리면 쪽쪽 소리가 나고 젖꼭지가 쓸려서 아프죠."

삼성제일병원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선 처음으로 신설, 출산을 1∼2달 앞둔 산모를 상대로 매주 목요일 열고 있는 모유수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젖 먹이기를 꼭 배워야 아나"라는 의구심이 있지만, 수유를 시도하다 결국 우유병을 든 많은 엄마들을 본다면 이런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게 된다. 많은 산모와 가족, 의료진이 "닥치면 하겠지" 하다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하며 좌절한다.

교육 중엔 헝겊 인형을 안아도 보고, 햄버거를 먹어보기도 하면서 수유를 경험해 본다.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전선영 수간호사의 설명은 구체적이다. "아기하고 엄마의 배가 서로 맞닿도록 안으세요. 아기가 하늘을 보면 안 돼요. 지금 배가 나와서 어렵다구요? 낳은 뒤에도 그 배 안 꺼져요." "젖꼭지가 혀 위에 얹혀야 감아 빨거든요. 아기가 한참 울면 혀가 위로 말리기 때문에 운다고 무턱대고 물리면 안 됩니다. 아기가 울기 전에, 고개를 헤적이며 뭔가 찾는 듯할 때 젖을 주세요. 몇 시간 간격이든 상관 마세요. 배고플 때마다 먹여야 합니다. 하루 8번은 최소한이에요."

임신부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유륜까지 깊게 물리면 아프지 않은가요?" "젖꼭지만 물리면 오히려 유두 열상이 생겨요." "한번에 양쪽 젖을 모두 먹이나요?" "아기가 먹으면 그렇구요, 한쪽만 먹고 양이 차면 다음 번에 안 먹은 쪽을 먹입니다." "수유 쿠션을 사면 좋은가요?" "팔로만 지탱하면 너무 힘들거든요. 아무 쿠션이나 무릎 밑에 받치면 덜 힘들겠죠. 엄마가 힘들면 지쳐서 절대 수유에 성공할 수 없어요."

8개월 된 임신부의 옆자리를 지킨 한 친정어머니는 "세 아이를 키웠는데도 내가 모르는 게 많아"라며 딸보다 더 열중이다. 두번째 출산인 다른 임신부는 "첫 애는 젖이 안 나와 실패했지만 이번엔 꼭 모유를 먹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전 간호사는 "교육을 거친 산모를 조사해 보니 출산 1개월 후 68%, 3개월 후 56%가 모유로만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며 "그저 4시간 수업의 차이라기보다 힘들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사와 간호사, 동기 수강생의 도움을 구하는 태도의 차이가 성공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이 경우에도 할 수 있다/제왕절개해도 출산직후 수유가능

모유수유가 정말 불가능한 경우는 드물다. 의사들은 "감염 등 우려보다 모유를 먹이지 못해 잃는 것이 더 크다"고 말한다.

제왕절개=옆으로 눕거나 옆구리에 아기를 끼고 얼마든지 수유할 수 있다. 산모에게 주는 항생제, 소염진통제는 아기에게 영향이 없다. 경막외 마취로 출산 직후 젖을 물리는 게 좋다.

미숙아=신기하게도 미숙아를 낳은 산모의 젖에는 더 많은 지방과 단백질, 무기질이 들어있음이 밝혀졌다. 미숙아가 젖을 빨지 못해도 젖을 짜 숟가락이나 튜브로 먹이면 된다.

함몰유두=젖꼭지가 들어가 보인다고 전부 함몰유두는 아니다. 진짜 함몰유두는 건드렸을 때 쏙 들어가는 것. 유륜의 위아래 또는 양옆을 손가락으로 당겨서 나온다면 수유가 가능하다.

감기·독감=산모가 감기에 걸리면 젖에 항체가 더 많아진다. 아기에게 옮기지 않도록 손만 잘 씻는다면 수유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

약물복용=아기에게 전해지는 것은 1% 미만이어서 감기약, 진통제, 해열제 등은 별 문제가 없다. 피해야 할 약은 항암제, 젖 말리는 약, 요오드 포함 약물, 에르고타민, 리튬, 경구 피임약, 페노바비탈, 마약, 방사선동위원소 치료·검사 등이다.

흡연=끊는 게 좋지만 흡연량이 하루 1갑 이하라면 모유 속의 니코틴 위험은 적다. 니코틴의 반감기가 1시간30분임을 감안해 젖을 먹인 직후 담배를 피워야 한다.

음주=술을 많이 마시면 젖량이 줄고 아기의 체중증가가 느려진다. 하루 1,2잔, 역시 젖을 먹인 직후 마시는 것이 낫다.

당뇨=수유가 오히려 좋다. 아기에겐 당뇨 발병 위험률을 낮춰주며 엄마에겐 수유 때 나오는 호르몬이 당뇨를 완화시킨다.

간염=B형 간염은 분만 때 감염될 수 있으나 모유 수유로 A,B형 간염이 옮지는 않는다.

결핵=활동성 결핵일 땐 아기를 격리해야 한다. 그러나 결핵약을 먹어 2주가 지나면 전염 우려가 없으므로 수유해도 좋다. 그 동안 젖을 계속 짜야 젖이 마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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