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거취를 놓고 장고를 거듭해온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17일 의장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15대 총선 때 정계에 입문, 8년 만인 지난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51세의 나이로 최연소 집권당 당수가 된 그가 4개월여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정 의장은 16일 "당 의장과 평당원은 차이가 커 보여도 백지 한 장 차이로 (나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비서진을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정 의장이 의장직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참여정부 집권 2기 출범에 맞춰 당도 새 지도부를 구성,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 정 의장이 계속 당 의장직을 유지할 경우 곧바로 "차기 대권을 겨냥, 자리에 너무 욕심을 부린다"는 당 안팎의 비난이 쏟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내 서열 2위이자 차기 당권 주자로, 경쟁적 협력 관계에 있는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의 향후 진로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차기 대권 경쟁 상대로 통일장관 기용설이 나도는 김근태 전 원내대표의 입각설도 정 의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입각은 차기 대권 주자로서 국정 운영을 경험하고 자질을 수련하는 좋은 기회"라며 "김 전 대표의 입각이 굳어진 상황에서 정 의장도 이를 저울질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장이 의장직 사퇴 후 정통부장관 등 으로 입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신기남 위원이 평소 강조해온 '천(원내대표)·신(당 의장)·정(입각) 트리오 역할 분담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의 회동에서 입각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들은 아직도 "이번 기회에 해외 유학을 다녀오는 게 낫다"며 '유학충전설'을 제기하고 있다.
2001년 민주당 시절 '정풍운동'을 주도하고, 1월 전당대회에서 직선제를 관철시키는 등 뛰어난 위기 돌파력을 보여줬던 정 의장이 이번에는 어떻게 앞날을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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