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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제약사는 약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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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수첩/제약사는 약장사꾼?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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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협회 산하 13개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일반의약품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위원회'를 출범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의료계는 "제약협회가 의사처방을 받아 구입해야 하는 '전문약'을 일반인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 같은 위원회를 만들었다"며 일반약을 늘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도 "이 같은 방안은 의약 분업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를 안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약사나 제약사들이 함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고치자는 의약분업 취지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가 고가약 처방을 억제해 보험관리공단 재정난을 덜고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터진 일이라 더욱 씁쓸하다는 것.

최근 열린 개원의협의회 회의에서 내과개원의협의회 등은 일반의약품위원회에서 탈퇴하지 않는 제약사의 약품은 처방을 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강경대응 주장을 쏟아냈다. 또 이번 사건에 격앙한 일부 개원 의사들은 해당 제약사의 영업 직원들을 아예 만나지 않거나 구매하기로 한 약을 보류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위원회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약사들이 돈벌이를 위해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려는 것은 그야말로 '약장사'의 장삿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 등을 통해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는 등한시하고 국민 건강은 안중에 없이 겨우 돈 몇 푼 더 벌기 위해 술수를 쓰고 있는 것이 한심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의료계 원로도 "국내 제약사가 이 같은 얄팍한 생각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몇년새 국내 시장을 벌써 30% 이상 잠식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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