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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개고기 먹는게 부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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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개고기 먹는게 부끄러운가?

입력
2004.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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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인들을 많이 사귀게 됐다. 그들은 한국에서 교사, 비즈니스맨,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으며 이런 저런 이유로 필리핀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이 곳 필리핀의 생활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유의 문화를 소중히 여기기도 한다. 필리핀인 입장에서 한국인의 문화 가운데 가장 놀란 점은 개고기이다.나는 솔직히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어권 문화에 익숙한 필리핀인들에게 개고기는 혐오 음식에 속한다. 언젠가 나이 지긋한 중년의 한국인이 "그간 성실하게 영어를 가르쳐줘서 고맙다"며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음식이 바로 개고기였다. "이 음식을 먹으면 원기가 왕성해질 것"이라며 호의를 담고 권하는 그의 말에도 나는 소름이 끼쳐 개고기를 도저히 입에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개고기를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리핀 음식 중에도 한국인들이 절대 먹지 못하는 '발루트'라는 음식이 있다. 알 속에서 형체를 갖추기 직전의 오리 새끼를 적당히 삶은 것이다. 먼저 껍질을 까고 액체를 마시면 부화하지 않은 오리 새끼가 부리, 눈, 핏줄을 갖춘 채 똬리를 틀고 누워 있는데 입에 넣고 씹으면 부드러운 깃털이 입안에 남는다. 백숙과 달걀 맛이 한데 어우러진 발루트는 이 곳 필리핀인들이 즐겨 먹는 스태미너 음식이다. 그러나 나는 발루트를 삼키는 한국인을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모두 "어떻게 이런 음식을…"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나는 한국인들의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국의 개고기 문화는 존중한다. 한국인들이 우리의 발루트 문화를 존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랑스 동물 보호 운동가인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의 개고기 음식을 비난한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이 먹는 음식 가운데 엽기적인 것들을 많이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개고기 문화에 대해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고기가 아직도 합법적인 음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음식은 야만이나 문명이냐의 차원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고유 문화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 바란다.

/마빈 조일로 필리핀 어학원 GCIC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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