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거짓말쟁이김리리 글. 한지예 그림. 다림.
● 나쁜 엄마 나쁜 아빠
로버트 맨코프 엮음. 양기찬 옮김. 문이당.
때로 애들의 맹랑한 말에 당황해서 화를 낼까, 웃어버릴까 순간적으로 망설인 경험이 있다면 애들 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을 그린 책들을 읽어보자. 거기서 어른의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슬비 엄마는 거짓말의 명수다. 거짓말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자기의 실수를 감추려고 등등. 거짓말을 지적하면 엄마의 대응은 뻔하다. "네 방에 들어가라, 숙제나 해라, 그리고 나가서 놀아라."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는 아빠가 가르쳐 준 그런 엄마를 대하는 방법은 '거짓말엔 거짓말로 대하라'는 거다. 이제 슬비의 선택은 하나, 상황에 맞게 절묘한 거짓말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잊어버리고 준비물을 안 가져간 날, 모녀의 거짓말은 선생님에게 딱 걸리고 만다. 선생님과 반 애들 앞에서 망신당한 모녀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말자고 맹세한다. 하지만 엄마가 다시 거짓말을 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터져 나오는 폭소 속에 켕기는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거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읽을 만하다.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한 컷짜리 시사만화 중 가족과 관련된 것을 모은 '나쁜 엄마 나쁜 아빠'는 카툰 특유의 유머와 역설과 비판을 담은 함축적인 문장이 많은 생각을 요구하고 폭소보다는 쓴 웃음이 나오도록 만든다.
뉴욕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자, 모두 잘 듣도록. 2025년 7월 29일 화요일 아침 8시 45분에 너희 모두는 뉴욕주 사법시험을 보는 일정이 잡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인생에 대한 원대한 계획아래 양육되는 아이는 이렇게 묻는다. "아빠, 공부에 재주가 없다는 것을 언제 아셨어요?"
부부싸움 끝에 지쳐 떨어진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의 엄마와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너희 둘이 알아서 커야 될 듯싶구나." 그러니 아이들은 놀이방 탁자에 둘러앉아 이런 대화를 할 수밖에. "그래, 네 양육권은 어떻게 결론 났니?" "우리는 가족으로 인정되겠네. 같이 살고 있으며,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리고 우리는 아직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았으니까."
가족에 대한 정의가 이렇게 서늘해서인가, 한 꼬마가 동생에게 "인생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단지 말 잘 듣는 고양이의 사랑 뿐이야."라고 목청을 돋운다. 부모 자식이란 가장 원초적인 관계가 기대와 현실의 격차로 삐걱대고 부모 노릇에서 오는 긴장감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느껴질 때 잠시나마 스스로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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